모든 의료기관 인증 참여 및 유지 실효성 높이기 위한 ‘기본보상’ 필요성 공감
자율 인증률 높이고 분야별 인증제도 개선해 의료 질 향상 및 환자안전 대비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일선 병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그 기관의 자부심이자 소중한 자산 그리고 자신감의 원천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증 획득이 주는 가장 큰 무형의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증마크의 브랜드 파워를 제고하는 것이 곧 병원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일인 만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인증마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직접 병원 현장을 두 발로 뛰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보던 의사가 정년을 앞두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자리에 앉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1년 1주기부터 2022년 4주기까지 오랫동안 대학병원 인증을 준비한 당사자로서 의료기관평인증 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그간 쌓은 경험을 집대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이는 최근 제6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으로 취임한 오태윤 원장의 이야기다.
오태윤 원장은 약 1년 6개월 전부터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을 꿈꿨고,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공부하고 습득해야 하는지 하나씩 체크한 후 실행에 옮겼을 만큼 의료기관평가인증에 진심이다.
강북삼성병원 재직 시절에 의료기관 질 관리 및 환자안전 분야의 베테랑으로 알려진 바 있는 오태윤 원장이 임기 동안 최우선으로 실행할 과제와 주력할 업무 방향은 무엇일까.
인증제도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의 ‘등대’ 역할
우선, 인증제도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들 임직원들의 부담이 매우 컸던 것도 사실이나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 병원들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은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에 비견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오태윤 원장의 설명이다.
정부는 1994년 의료기관 평가의 기초를 다진 이후 2010년 10월 전체 의료계의 합심을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인증 기준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해 인증원을 설립했다.
이후 인증원은 전문적인 인증평가를 수행하며 독립된 기구로서의 역할을 극대화했고, 한국형 의료기관 평가인증 제도의 정착을 견인했다.
오태윤 원장은 “인증 초기에는 부담을 느꼈을지 몰라도 인증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도 그 취지에 따른 변화는 느끼고 있다”며 “이는 인증제도가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 등대 역할을 하는 길잡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의료질의 표준화 및 상향 평준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증원은 의료기관의 부담을 낮추면서 의료 질을 향상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병원계와 부단히 소통했다.
오 원장은 “인증비용과 관련해 대한병원협회 등과 논의해 적정수준의 비용을 책정했고, 인증 주기가 늘어날 때마다 인상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인증을 받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의 경우 환자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보고, 인증받은 의료기관에 보상적인 성격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증 참여율 및 실효성·연속성 위한 ‘기본보상’ 기전 필요성에 공감
의료기관 인증제도에 명(明)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낮은 인증제 참여 등 제도의 실효성 및 신뢰도 개선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된 것은 일종의 암(暗)이다.
이와 관련 오태윤 원장은 인증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의 구조 개선 및 예방 활동 등에 있어서 인력과 재정이 꾸준히 투입돼야 하나 2010년에 인증제가 시작된 이후 보상 기전이 미비한 것을 인정했다.
이에 모든 의료기관의 인증 참여·유지를 위한 실효성 및 연속성 보장을 위한 ‘기본보상’ 기전 필요성에 공감한 오태윤 원장이다.
오태윤 원장은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담보하고 지역별·종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지속 발전 가능한 형태로의 인증제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병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오 원장은 이어 “특히, 인증 의료기관에 대한 가산 수가를 신설,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개선 등을 두고 관련 부터와 논의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계 혼란 상황 ‘예의주시’
인증원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등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혼란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인증 조사에 변화를 줘야 하는 일이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바, 현 사태를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오태윤 원장은 “의료기관별로 수련의의 규모나 여건에 따라 의료기관의 상황이 다양하고 예정된 일정을 변경해 인증 조사를 희망하는 의료기관(본조사 0곳, 중간현장조사 2곳)이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의료대란 장기화에 따른 영향도 일률적이진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즉,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재인증이나 인증 기준 변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기보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기관이 현 상황에서 조사를 받아 내부를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위기대응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오 원장의 판단이다.
오 원장은 “다만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므로, 인증 조사에 따른 의료기관의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조사 방안을 검토해 병원계의 의견을 듣고 정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증 문턱 낮춰 친근한 인증원 만들 것…‘인증마크=자부심’
낮은 자율 인증률, 높은 진입장벽에 따른 중소병원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오태윤 원장의 책상 위에 놓인 숙제들이다.
이를 위해 오태윤 원장은 근엄한 인증원이 아닌 친근한 인증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 원장은 “인증에 대한 문턱을 낮춰 의료기관들이 친근한 인증평가에 임하도록 해 결국, 인증과 인증마크가 해당 병원의 무형의 자산·자부심·자신감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확대·개발하고 열린 귀로 발품을 팔아 병원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설득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오 원장은 인증원의 브랜드 파워를 제고하고 분야별 인증제도 시행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 및 종별 인증제도 개선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오 원장은 “JCI를 능가하는 인증시스템 개발을 위해 내부 연구 역량을 강화, 필요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연구 기관들과의 협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며 “직접 발로 뛰면서 경청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중앙환자안전센터 기능 강화 △IT기술과 융합한 환자안전보고 및 환류 시스템 작동 △인증조사위원 선발 및 양성·교육 시스템 고도화·전문화를 통한 최고 역량의 조사위원 체계 유지·발전 △인증원 내부 직원 능력 함양 및 자긍심 고취(Great Work Place 프로그램 적용) △공공기관 경영평가 A등급 획득 △디지털헬스케어·원격진료·인공지능에 기반한 의료기술 등장에 대비한 새로운 평가 기준 개발 등도 오 원장이 세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