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하루에도 수억원 손해…허리띠 졸라매
“전공의들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를 부탁한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이 정부와의 대화 수용과 복귀만이 해결책이라며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노련은 4월 4일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일 대통령이 담화에서 의대정원 확대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며 “의대 증원은 장장 10년간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얻어낸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 없이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재, 향후 고령화로 폭증할 의료수요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정부와 궤를 같이 했다.
특히 의료노련은 “상급종합병원 운영 축소로 암이나 중증질환으로 인한 위급환자의 치료에 혼선이 발생해 환자와 보호자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병상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병원들은 하루에도 수억원의 손해를 입어 타 산업의 구조조정을 방불케 하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의료노련은 “40일째 이어지는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무책임함은 ‘국민을 이기겠다’는 발상”이라며 “여론이 의사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를 고심해보라”고 꼬집었다.
자신을 25년 차 간호사라고 소개한 윤수미 인하대병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것을 세 번째 지켜본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 이어 이번에도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을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는 그는 “간호대 정원은 2008년 1만1,000여 명에서 2024년 2만3,000여 명으로 2배나 늘었지만, 간호직 노동자들은 인력확충에 환영했다”면서 “반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의대생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지난 주말에는 33개월 아이가 물웅덩이에 빠졌다가 9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과 병상이 없어 입원을 거절당해 사망했다”며 “(전공의들)당신들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이 병원에 갔는데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어떨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은 의료 이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 보상과 같은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정부의 정책에 찬성했다.
신 위원장은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의사단체와 전공의는 논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대안 제시도 없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무책임하게 버티고 있다”며 “의료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의사와 건강권을 위협받는 국민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 위원장은 “전공의의 주당 80시간 근무와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결국 의사 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치료가 급한 환자 곁으로 복귀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