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이팅! 정기석·강중구, 브라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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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팅! 정기석·강중구, 브라보! 멋지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0.19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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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뜬금없지만 잠시 올해 초에 대히트한 OTT(Over-The-Top)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배우 송혜교 성대모사를 하겠다.

“화이팅! 정기석·강중구, 브라보! 멋지다! 기석이형! 중구형!”

참 순수했다.

아니, 어쩌면 참 어리벙벙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관장은 현재 의사 출신이다.

그것도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내과 전문의와 외과 전문의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과 강중구 심평원장은 10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첫 경험 했다.

이들의 신고식은 의대정원 확대 이슈 때문에 혹독했다.

하지만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원장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의 고유 업무에 대한 질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기관장이 잘못한 게 있다면 하나, 뼛속까지 의사였다는 것.

둘, 의료계의 현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했다는 것.

셋, 오늘 있었던 자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이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는 것.

넷, 아무리 개인 의견이라고 하나 공공기관장인 것을 깜박했다는 것.

다섯, 정치 고수인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너무 솔직하게 답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날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는 초반에 터진 정기석 이사장의 ‘강요’ 발언만 제외하면 두 기관장 모두 처음치고는 준수했다.

특히, 강중구 원장의 경우 성공적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두 기관장은 최대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고,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도 티가 났다.

긴장감에 굳어있던 이들의 발목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잡힌 지점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쏟아지면서부터다.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원장은 이 순간 사실상 정치판에 말려들었다.

신현영 의원의 질의 내용도 이를 유도하는 뉘앙스로 받아 들일만 했다.

“의대정원 확대 찬성이세요, 반대세요?”, “공공기관 수장으로서 본인의 입장과 소신을 간결하게 말씀해주세요.”, “350명, 500명, 1,000명, 2,000명, 3,000명이 언론에서 언급됐는데 몇 명이 적절하다고 봅니까?”,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대치동도 들썩이고 있는데 의대 입시를 고민하는 국민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대치동 현상 바람직한가요?”, “예비 후배 의사들에게 어떤 정책을 만들어줄지 말씀해주세요.” 등등.

해당 질문들은 일종의 유도 질문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엄밀히 말하면 건보공단·심평원과 관계도 없었다.

아무리 기관장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에서 답변을 한다고 해도 국회와 언론이 물어뜯기 아주 좋아하는 ‘떡밥’ 질문인 것이다.

처음에는 잘 방어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관련 연구를 해본 적이 없다’, 강중구 원장은 ‘여기에서 내 생각을 표명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4차 질의까지 이어져 국정감사가 밤 10시를 향해가던 막바지에 두 기관장은 결국 순수하고 어리벙벙한 모습을 드러냈다.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대한 개인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고 참다 못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후폭풍으로 맞이했다.

나 빼고 정치인만 있던 장소에서 진짜 정치를 하지 못한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원장이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두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소신 발언은 더 큰 빛이 났다.

국정감사 와중에 의대정원 확대 이슈까지 덮쳐 정신없던 와중에 두 시니어 의사이자 두 공공기관장이 보여준 강단과 품격은 일개 기자인 필자에게 이곳이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장이라는 것을 잊게 해줬다.

다시 한번 순수하고 어리벙벙했던 두 기관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멋있었기 때문이다.

“화이팅! 정기석·강중구, 브라보! 멋지다! 기석이형! 중구형!”

아, 물론 필자는 평소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원장, 건보공단과 심평원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

이 점 오해 없었으면 한다.

제발.

이건 '병원신문'의 편집방향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의견이 담긴 기자수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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