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의사 초음파 파기환송심 '현명한 판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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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의사 초음파 파기환송심 '현명한 판단' 기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9.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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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없다는 대법원 판단과 달리 전문가 아니면 오진 위험성 크다” 지적

한의사 초음파 사용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선고가 8월 1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대법원 판단의 부당함을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의협은 9월 11일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고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올바른 선택을 내리길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68회나 사용해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환자를 진료했음에도 자궁내막암 진단을 오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끼친 한의사 A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의료법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음’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위해성이 낮은 기기이고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2010헌마109결정, 2011헌바298결정 등) 당시와 달리 현재 한의과 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기초 교육이 보강됐으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판결 내용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다.

의협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단순히 방사선의 유·무와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 등으로만 평가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기회를 상실하는 오진이 넘쳐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의협은 “초음파기기는 대법원의 판단처럼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질병 상태를 진료하는 의료기기”라며 “1차적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의료기기로 봐야 한다”고 부언했다.

특히 초음파기기를 전통의학 분야에서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고 판결한 모호한 내용이 마치 전통의학에서 진단을 위해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 의협이다.

의협은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서로 다른 기반을 갖고 발전해 왔다”며 “대법원의 판단처럼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판단했을 때 현대의과 영역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은 그 기술이 어떻게 한의학적 근거에 맞게 적용되는지 검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순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와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참석해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의 의견을 전달했다.

홍순철 교수는 “환자가 앓고 있던 자궁내막암은 초음파상 불규칙하고 불분명한 윤곽과 비균질한 에코의 자궁내막 비후 또는 자궁내막종괴로 관찰된다”며 “초음파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조직검사와 같은 추가 검사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므로 자궁내막병변과 자궁내막암의 조기진단에 있어 초음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조기진단 적시를 놓쳐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어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고 사례마다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 ‘기체혈어자궁증’이라는 한방 질환의 진단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하고 있는데, ‘기체혈어자궁증’에 대한 초음파 소견 등 검증자료를 산부인과학회가 요청해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성일 교수도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탐촉자를 환자의 몸에서 움직여야 하고 적절한 압박과 환자의 호흡조절, 인공물의 제거, 음파창 유지를 해야 한다”며 “CT나 MRI와 달리 시행자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검사 중 실시간으로 병변을 찾아내지 못하면 추후에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즉, 사용은 쉬우나 시행과 결과 해석은 영상의학과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 검사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에서 의학 과목과 진단 장비에 대해 교육하므로 한의사들의 초음파 사용은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교육의 정확성과 깊이는 보장된 바 없다”며 “해당 직군이 주장하는 한의학 이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데다가 현행 의료법상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는 해당 의학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초음파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원리와 무관하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결국 한의학적 모든 검사 및 시술이 현대의학과 무관한 것을 명백히 밝히지 못한다면 의과에서도 다 사용할 수 있는 셈이 된다는 의미다.

한편, 의협은 파기환송심의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전문가단체로서 법적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필수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하든 이기든, 결과에 맞춰 사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전문가단체로서의 의무”라며 “마지막까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부당함을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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