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지원대책 지방 중소병원부터 먼저 적용, 수급 쏠림 문제 사전 방지
“의료에는 진단과 검사, 외과적인 수술과 각종 처치, 치료 행위 그리고 간호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됩니다. (간호법안 재의요구는) 이런 의료에서 간호 만을 개념적으로 분리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날인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가 의결된 것과 관련해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임 과장은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이 아닌 ‘간호사법’을 최종 중재안으로 제시를 했었다”며 “간호사법은 직무에 관한 법인 간호법과 달리 직업에 관한 법이기 때문에 그 해당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학력과 면허시험, 보수교육, 업무범위 등의 요건들과 해당 직업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준수사항,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때의 책임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므로 정부와 여당은 충분히 고려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중재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의료체계 전반을 규정한 의료법 외에 의사법, 치과의사법, 보건사법, 조산사법, 간호사법, 물리치료사법 등 의료종사자의 직업에 관한 법이 모두 별도로 있지만 직무에 관한 법은 의료법 외에 따로 없다.
임강섭 과장은 “직무에 관한 법을 새로 만드는 게 타당한 거냐, 아니면 직업에 관한 법을 만들어 그 직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게 타당한 거냐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갖고 있다”며 “이와 함께 ‘지역사회’ 문구 역시 의료기관과 시설 외에서의 의료와 돌봄, 요양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료법에는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없다”며 “간호법안에 처음으로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 의미와 향후 파급력에 대해 정부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보건사법과 조산사법, 간호사법에는 지역사회와 관련된 규정이 없고,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해당하는 개호보험법에만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임강섭 과장은 “정부는 의료기관 외에서의 의료와 돌봄에 관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며 간호사의 영역이 활성화돼야 하는 건 맞지만 간호사 만의 업무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의료기관 내에서의 수요가 온전하게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초고령 사회에 걸맞는 의료, 요양, 돌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도 활성화돼야 하겠지만 다른 직역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국민에게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역사회에서의 돌봄에 대해 일단 모델을 먼저 만든 다음 다양한 직역 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에 맞춰 관련 법제도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과장은 “초고령 사회에서 지역의 돌봄과 의료, 요양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과 시스템을 먼저 만든 다음 이에 부합하는 직역 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 다음에 각각의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며 “(가칭)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이라는 상위법을 하나 만들어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면 그 밑에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돌봄에 관한 법률이 세부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내에서의 의료서비스를 전제로 법률이 짜여져 있다”며 “이제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관련된 규정이 부재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했다.
임 과장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서비스는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 크게 3가지 영역이 있고 그 외에 비대면진료가 있겠지만 이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고 어떻게 제공하고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공되는 절차에 관한 사항과 제공할 때 지켜야 되는 준수사항, 위반했을 때 국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의 규정들이 포함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의료법 체계가 전면적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칭)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이라는 상위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임강섭 과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특별한 의견 개진이 없다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부랴부랴 의견을 낸 배경과 관련해 “지난해 5월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이 통과됐지만 장기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석이었다”며 “이후에 현 정부에서 이런 의견을 제시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간호계의 주장처럼 간호법 어디에도 간호사 단독개원에 대한 문구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정부는 간호법의 체계에 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간호법 최초 발의안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지도 권한이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임 과장은 “이러한 최초 발의안에 있는 쟁점 조항들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는 됐지만 한번 법이 제정되면 개정되는 건 쉬우니까 당초 의도됐던 쟁점 조항들이 다시 포함될 것이라고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이 우려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간호법안에 지금 포함돼 있지는 않더라도 이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임강섭 과장은 또 간호법 재의요구로 간호협회가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간호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숭고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며 “하지만 의료 공백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황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즉,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간호사들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공약이 아니라 약속이라고 봐야 하며 그 취지는 간호사의 근무 여건을 제대로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그 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했다”며 “따라서 공약의 취지 자체를 부인하거나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며 이미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충분한 재정 투입과 확실한 제도 개선으로 차질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밖에 PA간호사 업무범위와 관련해 5월 16일 조규홍 장관, 5월 17일 박민수 제2차관이 고대안암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을 각각 방문해 진료지원인력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며 지난 4월말 마무리된 연구용역 결과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임강섭 과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교대제 개선 등 각종 간호지원대책은 지방 중소병원부터 먼저 적용을 한다는 방침을 토대로 간호 인력 수급 쏠림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