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거래대금 지급기한 법제화 4월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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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거래대금 지급기한 법제화 4월 국회로
  • 김완배 기자
  • 승인 2014.02.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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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차기 국회서 심도 있는 논의 후 처리"
병협-도협, "우월적 지위 협의 없었다"

의약품 거래대금을 6개월 이내에 지급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6개월 초과시 연 20% 이내에서 이자를 내도록 한 한편, 이를 어길시 의료기관 폐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논의가 4월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2월24일 법사위를 열고 다섯 번째 안건으로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심의했으나  “다음 4월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것”을 제안한 김진태 의원의 의견을 수용, 오는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부터 계속돼 온 의약품비 지급기한 법제화의 논란의 핵심은 과연 의료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고의로 의약품비를 늦게 지급하고 있느냐는 것. 정책당국과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사이에서조차 엇갈린 의견속에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3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정책당국과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사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일률적 기준을 설정해 판단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측은 병원협회와 도매협회간의 협의결과를 인용, “연간 20억원 이상 의약품을 구매하는 기관인 경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협의했기때문에 기준 설정이 가능하다”며 하위법령에서 판단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의약품 거래는 하도급과 같은 관계가 아니다. 사적 거래에 대한 국가의 이자율 지정과 법률 위반시 행정벌 부과는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같은 국회 논란 과정에서 복지부가 병협과 도협이 ‘우월적 지위’에 관해 협의를 마쳤다고 주장한 부분은 사실과 달라 병원협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병협은 이에 대해 “우월적 지위 기준은 협의된 바 없으며, 다만 복지부가 ‘연간 20억원 이상 의약품 거래기관’을 ‘자율중재안’ 시행대상으로 제시한 것을 수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결국 병협과 도협이 협의했다고 복지부측이 주장한 것은 병협의 반박으로 우여곡절 끝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이같은 논란이 빚어진 것은 우월적 지위 여부에 따라 의약품비 지급기한을 법제화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처리여부가 걸려있다. 법 제정의 정당성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적 거래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에 대한 부담까지 작용, 병협과 도협의 협의내용을 확대 해석해 꿰어 맞추다보니 그런 주장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전문위원 검토의견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 복지위 전문위원은 “사인간 거래 결제기일 지정은 계약성립의 중요 요소로, 거래관계에의 국가 개입은 원칙적으로 지양돼야 한다”면서도 “단, 일방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을 경우 거래관계 개입 용인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또다시 거래관계에 있어서 우월적 지위여부가 관건이 된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법사위 전문위원의 의견은 분명했다. 의약품 거래라는 민사 문제에 특례를 두는 것이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에 과도한 제한과 규제가 아닌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복지위 전문위원과 입장이 엇갈렸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이 성립되려면 의사결정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수반돼야 하는데,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실거래가상환제도의 특성상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병원계는 물론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처럼 거래대금 지급의무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상 3개의 법률에서 규정한 특수한 거래관계는 의약품 거래에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약품 거래 당사자를 무리하게 특수관계로 해석해 규제할 경우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입법추진이 요구된다. 의약품 공급계약은 국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사회보험법적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적 자치 제한에 따른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재무상태가 적자인 곳이 ‘합의’에 의해 대금 지급기한을 정하는 것은 ‘재산권의 자유보장적 기능’에 따른 것으로,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조계 시각이 일반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의료순이익은 평균 마이너스 0.9%인 가운데 6개월안에 의약품비를 지불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과 국공립병원의 순이익은 마이너스 3.6%, 마이너스 20.2%에 달하고 있어 이같은 법조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병협은 “이같은 경영수지 적자로 의약품 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정부의 저수가 정책이 숨어 있다” 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게 선결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표)

 < 소비자물가 및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 >
 

또한 처벌규정에 대한 적정성 여부도 도마위에 올랐다.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거쳐 업무정지나 개설허가 취소, 의료기관폐쇄 까지 이어지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며 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의약품도매협회의 기존 조사자료, 그리고, 복지부와 병원협회가 공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약품대금을 6개월안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병원은 전체의 약 36%인 670 곳 정도. 이중 종합병원중 48%, 69%의 국공립병원이 6개월안에 의약품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보다는 주민 건강권 침해 등 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표)

< 개정안 적용시 영향 >


* 복지부 자료, 의약품도매협회 자료, 복지부-병원협회 공동조사 결과 재구성(요양병원 제외)


때문에 법제화에 앞서 복지부가 병협과 도협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자율중재안’을 우선 시행해 본 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 병원협회측의 주장이다.

복지부 중재안은 연간 의약품 구입액이 20억원 이상 또는 30억원 이상 의료기관은 거래일 4개월 이내에 의약품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1년후 시행결과를 보고 법제화 여부를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즉, 1년 시행후 현재 34.5%인 4개월내 의약품비 지급 비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3년내에 90%를 이루는 등 목표를 설정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병원협회는 이날 약사법 일부 법률개정안 법사위 통과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앞으로 본회의때 보다 심도있는 심의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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