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학적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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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학적 상사
  • 병원신문
  • 승인 2013.03.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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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 이수태
우리나라 조직사회에는 어딜 가도 유난히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 그 괴롭힘의 양상은 워낙 많이들 보고 듣는 사항이라 구구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도 어느 조직에선가는 직무관계에서 오는 납득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범위를 현저히 넘어선 가학적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매우 처참할 정도다.

조직이 큰 경우에는 피차의 인사이동에 따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여 참고 견디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직이 작거나 당사자들이 특수 직군에 묶여 있는 등의 사정으로 그러한 해결마저 어려운 경우에는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결국 하급자가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최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 관계로 인하여 당장 조직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조직이다 보니 구성원들 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관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그런 관계가 상급자 되는 사람의 억척스런 일욕심이나 완벽주의의 부산물 정도로 여겨져 그 점이 되려 신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제 3자적 입장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당사자 된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관계는 지옥과도 같은 경우가 많다.

가학적 상사는 조직 구성원의 무능력이나 결점, 약점 등을 용납하지 못하는 특별한 체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는 ‘통상적으로 양해되는 범위’라는 것이 없거나 치명적으로 위축되어 있다. 그 기준도 비정상적으로 주관화되어 있고 변덕스럽게 바뀐다.

자신에게 쇄도하는 압박은 거의 견뎌내지 못하고 이를 어떤 양상으로든 부하 직원에게 돌린다. 근평이나 업무평가 등 별것 아닌 장치를 교묘히 이용하여 해당자를 꼼짝 못하게 얽어맨다. 휘하 직원보다는 내가 무조건 더 잘 안다는 망상은 이런 관계에서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가학적 행동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다른 상사라면 동일한 구성원을 두고 결코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않고도 훨씬 나은 조직 운영효과를 거두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학적 상사의 행동이 효율성과 효과성을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가학적 상사는 대부분 강박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그는 늘 누군가를 강박해야 하고 또 쉽게 그런 강박적 시선에 걸려드는 직원을 발견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과 기질적으로 대척적 관계에 있는 직원이 있어 그에게는 결코 자신의 그런 가학성을 발휘하지 못 하는 기묘한 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가학적 관계가 겉으로 표방되듯이 순수한 업무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어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이런 문제가 조직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당사자들 간의 사적 문제라고만 인식하는 것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정을 보면 조직 운영에 별 영향이 없다는 판단도 잘못이다. 어느 구성원 한 사람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거기에서 조직에 유익하고 긍정적인 기여가 나올 수 있겠는가? 한때 직무관계에 기초한 성희롱이나 학교에서의 왕따, 학교폭력 같은 것도 사적인 문제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직의 경영자도 그런 관계가 눈에 띄면 그것이 정상적인 지휘에 따른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그 선을 넘어선 비생산적 관계인지를 판단하고 후자라면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당사자들의 관계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것은 대부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필요하다면 인사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고 거기에는 하급자의 사직만 당연시하던 관행을 넘어 가학적 상사에 대한 퇴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가학적 상사의 문제는 인권 문제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나라 민주주의의 심층적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부상시킬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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