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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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크로싱
  • 이경철
  • 승인 2008.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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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북쪽 지방으로 중국 국경과 맞닿고 있는 함경북도. 이 곳의 한 탄광마을에 사는 용수(차인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부인 용화(서영화)와 아들 준이(신명철)다.

퇴근 후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시간은 그에게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넉넉하지 못하지만 입에 풀칠은 하는 형편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그가 가진 작은 행복이다.

처음부터 남한으로 "귀순"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결핵을 앓고 있는 아내의 약값을 벌기 위해서였다. 벌목장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만 탈북자인 그는 그곳 공안에게 쫓기는 신세다.

앓아 누운 아내를 생각하며 마음을 졸이는 그에게 어느 날 남한 사람들과 인터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목숨을 걸고 중국의 남한 대사관에 들어간 그는 그제야 그가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게 귀순 후의 정착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크로싱"이 주는 감동은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과 북쪽 주민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사실 자체의 묵직함에서 온다.

"크로싱"(crossing)이라는 제목처럼 인물들은 살기 위해 자꾸 국경을 "넘어야"하지만 그럴수록 서로 "엇갈려" 이별을 되풀이한다.
모두 알고는 있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 김태균 감독이 내는 목소리의 톤은 그리 높지 않다.

감독은 굳이 감동적인 순간을 가공하려 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담히 풀어 놓는데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그가 집중한 것은 기교보다는 리얼리티에 있었던 듯하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등 비주얼이 돋보이는 전작을 만들었던 그는 북한의 마을과 수용소, 국경 주변의 풍경을 마치 북한 현지에서 촬영된 것처럼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남한에 온 용수가 가족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아들 준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둘 사이의 감정의 끈이 끊기지 않고 계속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용수가 서울에 들어오며 이들의 사연은 이제 북한이나 중국 같은 "먼 곳"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 이웃의 사연이 된다. 서울 도심을 배회하는 용수의 모습을 통해 먼 곳에서 펼쳐지던 안타까운 사연이 남한의 관객들 틈으로 들어온 것이다.

용수가 남한에 올 즈음 부인 용화는 숨을 거뒀다. 홀로 남은 준이는 이웃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작은 여비를 마련해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남한에 정착한 용수 역시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하루라도 편히 잘 날이 없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수용소에 갇혀있는 준이의 소식을 들은 그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를 몽골로 탈출시키려 한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다면 이는 오래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차인표의 호연과 아역배우들의 열연 덕이 크다.

차인표와 아들역의 아역배우 신명철은 담담히 인물의 진심을 담아냈고 그 결과 각자의 슬픔을 관객들의 안타까움으로 전이시키는데 성공했다.

몽골지역 장소 헌팅까지 참여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한 차인표는 촬영 전부터 개인교습까지 받으며 함경북도 사투리를 익혔으며 촬영 내내 탈북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조언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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