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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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녀는 예뻤다
  • 이경철
  • 승인 2008.05.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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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거친 선과 면으로 그려진 인물들. 얼굴과 몸짓은 영락없이 실제 배우들의 모습 그대로다.

"그녀는 예뻤다"는 실사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애니메이션 영화도 아니다. 실제 촬영한 영상 프레임 위에 선과 색을 덧입히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썼다.

이 영화는 성격이 다른 죽마고우 세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4각 관계에 빠진다는 흔한 이야기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기법에 힘입어 개성이 살아있다.

대학 시절 떠난 첫사랑 때문에 외교관의 꿈까지 버린 학원강사 태영(강성진)은 삶의 허무함을 이기지 못하고 종종 자살소동을 벌인다. 자랑할 만한 것은 영어 실력 뿐인 프로농구 용병 통역사 성훈(김진수)은 평생 짝사랑만 해 여자에 대한 어설픈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전혀 정의롭지않은 경찰관 일권(김수로)은 미국에서 범죄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결혼할 여자를 구하러 잠시 귀국한다. 일권은 맞선을 통해 아름다운 연우(박예진)를 만나고 친구들에게 인사시킨다.

이 영화는 실사 영화의 사실적인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스크린에 적절히 분배하고 있다.

그림의 선은 거칠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살아 있다. 음영이 짙고 채도가 낮은 그림은 일견 거칠지만 "올드 보이"를 패러디한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모여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우화같은 분위기도 난다.

아쉬운 것은 연우 캐릭터다. 세 남자의 캐릭터가 손에 잡힐 만큼 현실적으로 묘사된 반면 연우는 판타지 속에 둥둥 떠다닌다. 얌전하지만 때론 당돌하고, 편안하지만 가끔 다가설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이 인물에는 남자들의 환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여고괴담4-목소리"를 만든 최익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내달 12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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