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신경손상 치료에 효과
상태바
항생제, 신경손상 치료에 효과
  • 윤종원
  • 승인 2005.01.0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니실린을 포함한 베타-락탐(beta-lactam)계열의 항생제가 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치매, 뇌졸중, 간질 등 신경손상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로버트 패커드 ALS연구소소장 제프리 로트스타인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1월6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베타-락탐 항생제 중 특히 세프트리악손(상품명:로세핀)이 루게릭병 치료에 가장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쥐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로트스타인 박사는 루게릭병을 유발시킨 쥐들에 길게는 1주일 간 매일 세트리 악손을 투여한 결과 신경손상이 지연되는 등 루게릭병의 증세가 완화되고 생존기간도 연장되었다고 밝히고 이러한 효과는 최고 3개월까지 지속됐다고 말했다.

로트스타인 박사는 자신이 루게릭병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항생제를 루게릭병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그 결과는 글루타메이트 조절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모든 신경-정신질환에도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베타-락탐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시험관실험에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고 쥐실험에서는 세프트리악손이 효과가 가장 컸는데 이는 세프트리악손이 혈뇌장벽 (blood-brain barrier)을 보다 쉽게 통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로트스타인 박사는 밝혔다.

로트스타인 박사는 세프트리악손이 한 신경에서 다른 신경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글루타메이트 운반물질(GLT-1) 생산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로트스타인 박사에 따르면 글루타메이트 운반물질은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시냅스에서 과도한 글루타메이트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즉 환풍기처럼 방안의 공기를 순환시켜 공기를 맑게 해 준다는 것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지킬과 하이드 효과"가 있어서 이것이 너무 많으면 글루타메이트 흥분성독성(excitotoxicity)을 일으켜 신경을 파괴하게 된다. 이러한 신경파괴로 발생하는 것이 루게릭병,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이다.

로트스타인 박사는 그러나 글루타메이트는 신경사이의 교신에 뇌세포가 이용하는 많은 메신저 중 하나에 불과하고 세프트리악손은 글루타메이트의 손상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다른 메신저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세프트리악손의 적정 투여단위와 기간을 알아내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금년 봄 여러 의료기관에서 실시될 예정이라고 로트스타인 박사는 덧붙였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퇴화하면서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무서운 병으로 환자는 보통 진단 후 3-5년 안에 사망한다. 이 병은 과거 미국의 프로야구 선수 루 게릭이 걸렸다 하여 루게릭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으나 공식명칭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