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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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확산
  • 윤종원
  • 승인 2008.03.0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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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내성 바이러스 분리는 시간문제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로 더 널리 알려진 인간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갖는 바이러스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이 약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약으로 치료해도 듣지 않는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유행할 경우 AI 등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앞다퉈 대량 비축해 놓고 있는 이 약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신종전염병 관리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증가추세 =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유럽지역에서 "A/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타미플루로 치료해도 듣지 않는 내성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내성 바이러스는 올 1월 노르웨이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유럽의 경계를 넘어 미국과 캐나다, 서태평양 지역 등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는 중국과 일본, 홍콩에도 상륙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21일 현재 전 세계 41개국에서 타미플루로 치료해도 소용없는 A/H1N1형 내성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2천348개의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13.3%인 313개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검사대상 95개 바이러스 중에서 63개 바이러스(66%)가, 프랑스에서는 207개 바이러스 중에서 80개 바이러스(39%)가, 네덜란드에서는 43개 바이러스 중에서 9개 바이러스(21%)가 타미플루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서 내성 바이러스 아직 확인 안됐지만...= 다행히 국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안전지대"로 남아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9월부터 올 2월27일까지 국내서 분리된 A/H1N1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중 무작위 추출한 54개 바이러스에 대해 타미플루 내성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약에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미 이웃나라인 중국과 홍콩, 일본에서도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발견된 만큼, 지금의 추세로 미뤄볼 때 국내서도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분리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I 등 신종인플루엔자 방역대응에 지장 우려 = 질병관리본부는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크게 번져 더 이상 타미플루를 AI 등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혹시 AI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실제로 덮칠 경우 그나마 AI에 감염된 사람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로 꼽히는 이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되어 환자 관리와 방역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만큼 질병관리본부는 WHO 등 국내외 유관기관과 실시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인플루엔자 약제 내성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구축할 예정이다.

◇애초부터 한계..일본서 10대 환자 정신착란 등 부작용 = 하지만 타미플루는 애초부터 한계를 안고 있는 약으로 꼽혔다.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듯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도 "오셀타미비르"(타미풀루의 성분 이름)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AI 치료에 사용되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타미플루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가 실험실 실험에서 AI바이러스 자체를 죽이지는 못하고 다만 증식을 못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이라고 비판했었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들은 타미플루는 AI에 감염됐을 때 하루 이틀 사이에 복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어 막상 AI가 창궐했을 때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타미플루의 반복 사용으로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인간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했듯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H5N1)가 변이를 일으키며 타미플루가 저항성을 얻어 더 이상 AI치료에 약발이 먹히지 않을 지 모른다는 경고도 흘러나왔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미플루는 2007년 상반기 일본에서 10대 환자들이 복용하고 정신착란 등 이상행동을 보이며 사망하는 사고와 투신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10∼19세)에게 원칙적으로 사용중지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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