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분뇨 활용으로 지구 온난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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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분뇨 활용으로 지구 온난화 줄인다
  • 윤종원
  • 승인 2004.12.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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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농가에서 나온 돼지 분뇨가 장차 도쿄 긴자거리의 휘황한 네온 광고를 밝히게 된다.

전세계 온실 가스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교토 협약의 일환으로 마련된 청정개발 메커니즘(CDM)의 한 예인 이 거래의 내용은 이렇다.

칠레의 목축업자가 돼지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의 양을 줄여서 `보상점수"를 따게 되면 그는 이 점수를 일본이나 캐나다의 에너지 시설에 팔 수 있게 되고 일본과 캐나다 업체들은 이 점수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시설에 요구되는 점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지난 달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연례 국제기후회의에서는 이같은 CDM 방식을 확대하고 이를 감독하는 유엔 기구를 강화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스들이다.

지난 1997년 체결돼 내년 2월16일 발효되는 교토협약은 산업국가들에게 오는 2012년까지 이들 가스의 방출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CDM은 지구상의 어느곳에서 가스 방출량이 줄어들더라도 전체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둔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해 일부 기업들은 목표치 준수를 위해서는 CDM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이같은 방식이 남용될 경우 협약의 기본 정신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자국에 설정된 목표치중 최고 3분의1을 외국에서 조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트랜스알타 전력의 지속가능 개발담당자 돈 워튼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CDM이 절대로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캐나다 대기업들이 요구 목표량을 준수하기 위해 보상점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알타와 도쿄전력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 남쪽에 있는 돼지 사육업체들과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방식의 실용화에 눈을 뜬 것은 칠레의 식품업체 아그로수퍼. 이 회사는 교토협약의 내용에 주목한 뒤 3천만 달러를 들여 돼지 10만 마리 분의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분뇨 야적장에 거대한 뚜껑을 씌워 여기서 나오는 메탄 가스를 연소시키거나 일부는 발전용으로 사용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방출량은 적지만 온난화 효과는 더 큰 것으로 아그로수퍼사는 메탄가스 1t당 20 CER(방출감축인증점수: 1CER은 이산화탄소 20t 분에해당) 의 보상점수를 받게 된다.

칠레의 축산업체들은 연간 40만CER을 일본과 캐나다에 9년 동안 판매하게 되는데 캐나다의 트랜스알타는 이로써 요구량의 10%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럽의 탄소시장에서는 1CER이 8유로(미화11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아그로수퍼사의 계약내용은 유엔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탄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손들이 뛰어들고 있다.

뉴욕 캔터 피체럴드 금융회사의 자회사인 CO2e(카본다이옥사이드 이퀴벌런트)사는 아그로수퍼사의 계약을 중개했으며 사탕수수를 사용하는 브라질의 전력회사와의 계약을 추진중이다.

한편 중국은 판매용 보상점수를 따기 위해 5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의심스러운 프로젝트들이 무더기로 유엔의 승인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DM 감시"라는 운동을 시작한 호주의 벤 피어슨은 "이런 사업들이 CDM 점수를 얻는다 해도 지구의 환경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구 온난화를 둔화시키는 것은 동물 분뇨를 다루는 미미한 계획이 아니라 "인류의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진짜 논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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