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전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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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전설의 고향
  • 윤종원
  • 승인 2007.05.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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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TV시리즈 "전설의 고향"은 가장 한국적 정서인 한(恨)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공포물.

영화 칼럼니스트 출신인 김지환 감독의 영화 데뷔작 "전설의 고향"(제작 윈텍필름)은 이 오래된 TV시리즈물에서 제목과 모티브를 따왔는데, 아이디어의 빈곤이라는 비판과 향수를 자극한다는 칭찬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색채나 음향 같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TV시리즈물보다는 때깔이 좋은 편이지만 소재나 스토리의 전개라는 측면에서는 1970~80년대식 TV시리즈물의 범주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판이한 성격을 가진 어린 쌍둥이 자매가 우연한 사고로 호수에 빠진다. 동생인 효진은 물에 빠져 죽고 언니인 소연(박신혜)은 겨우 목숨을 구했으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기억이 지워진 채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소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냉랭한 눈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라곤 자신이 착한 동생을 시기하고 괴롭혔던 나쁜 언니였으며 효진이 사고로 물에 빠져 죽은 것도 사실은 사고가 아니라 소연이 일부러 꾸민 일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소연의 모친(양금석)은 어렸을 때 소연과 정혼한 선비 현식(재희)과의 혼인을 서두르지만 현식의 마음은 물에 빠져 죽은 효진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데 효진이 죽던 날을 기억하는 소연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마을에는 소연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영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반전으로 2시간 가까이 끌어온 모든 의문의 실체가 상세히 밝혀지지만 너무 상투적이라서 선도(鮮度)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영화의 소재는 판이한 성격의 두 자매가 갈등을 겪는다는 전통적인 콩쥐팥쥐 이야기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너무나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어 다소 구태의연한 느낌이다.

TV드라마 "천국의 나무" "궁S" 등에 출연했던 신예 박신혜가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아 1인2역의 열연을 펼치며, 특히 머리를 빗다가 머리카락 속에서 또하나의 얼굴이 불쑥 나오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섬뜩한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올해 첫 공포영화의 테이프를 끊는 "전설의 고향"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 등장하는, 익숙하면서도 고전적인 한국적 공포 코드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다양하고 세련된 공포 코드에 익숙해진 현대의 관객이 얼마나 호응을 해줄지는 의문이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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