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극락도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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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극락도 살인사건
  • 윤종원
  • 승인 2007.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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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미스터리 "극락도 살인사건"

신인 감독 김한민의 장편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제작 두엔터테인먼트)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혈의 누"(2005)와 닮아 있다.

외딴 섬이라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 영문을 모르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사실 "닫힌 공간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는 추리물에서는 흔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1980년대에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과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 중에서는 이런 부류의 영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약간 신선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일부분일 뿐, 소재나 발상의 신선함이 영화의 완성도 전체를 담보할 수는 없다.

영화는 한 낚시꾼이 부둣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잘린 사람 머리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부검 결과, 토막난 머리통의 주인이 인근에 위치한 섬 극락도의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극락도로 특별조사반을 파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형사들은 송전 기사의 합숙소와 보건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살인사건의 흔적으로 보이는 핏자국과 부서진 무전기 등을 발견하지만 끝내 한 구의 시체도 찾아내지 못한다.

주민이라곤 달랑 17명뿐인 외딴 섬 극락도. 외지에서 온 엘리트 보건소장 제우성(박해일)과 역시 외지에서 온 초등학교 여교사 장귀남(박솔미) 외에는 모두 순박하고 촌스러운 섬마을 주민이다.

마을의 최고 어른인 김 노인의 칠순 잔치가 벌어진 다음날 아침, 두 명의 송전기사가 피투성이의 시체로 발견된다.

함께 화투판에 있었던 덕수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마저 행방이 묘연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섬 주민 전원이 용의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은 제우성을 필두로 화투판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데 열을 올리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이웃들의 주검만 늘어간다.

한편 우연한 기회에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된 듯한 모종의 쪽지를 발견한 학교 소사 춘배(성지루)는 쪽지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괴물" "살인의 추억"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은 박해일은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영화 내내 막판 반전을 감춰야 하는 캐릭터 자체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영화에는 모두 12명의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타짜"의 아귀같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이는 영화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초반부의 다소 지루한 전개와 첫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12명이 어수선하게 우왕좌왕 뛰어다니다가 특별한 개연성 없이 한두 명씩 픽픽 죽어나가는 모습은 잘 짜인 미스터리 스릴러라기보다는 "전설의 고향" 식의 토속 공포물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막판 반전에서 드러나는 상세한 배경설명으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대충 이해가 되지만 설명이 제시되기 전까지 관객은 우연한 사건의 연속같이 느껴지는 영화의 전개에 살짝 당혹감을 갖게 된다.

다소 놀랍기도 하고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막판 반전은 지나치게 상세하고 긴 감이 없지 않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 못해 결말부를 얼렁뚱땅 뭉개고 끝내버리는 영화들보다는 훨씬 낫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출연진과 제작진이 고생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즐거움과 여러가지 측면에서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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