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조용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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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조용한 세상
  • 윤종원
  • 승인 2006.1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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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애 강조해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떨어져

"일단 뛰어"로 스물여섯에 첫 장편을 만들었던 조의석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인 신작 "조용한 세상"은 "휴먼 미스터리"를 표방한다.

일반적 시각에서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휴먼 미스터리"라고 표현한 것은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와 달리 인간애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특유의 복잡한 퍼즐 맞추기나 숨막히는 긴박감보다는 영화 곳곳에 배치한 휴머니즘적 상징성에 좀더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 같은 의도가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미스터리적 스토리 구조에 의도적으로 인간미를 부각시키려다보니 영화가 미스터리 스릴러 특유의 리듬감을 잃고 군데군데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는 한 소녀의 유괴사건을 소재로 전개된다. 얼굴을 알 수 없는 범인에 의한 소녀들의 실종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외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사진작가 정호(김상경)는 귀국하자마자 낯선 상황에 맞닥뜨린다.

위탁아동을 맡기로 한 삼촌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 열한 살 소녀 수연(한보배)과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 것.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 사람들과의 교류에 마음을 닫고 살았던 정호에게는 처음보는 소녀와 함께 생활하는 일이 낯설기만 하다.

한편 잇단 소녀들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던 김 형사(박용우)는 소녀들의 신상을 조사하던 중 유력한 다음 희생자로 수연을 지목하게 된다.

처음에는 범죄 현장마다 마주치던 정호를 의심하지만 혐의가 풀리자 두 사람은 협력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곧이어 김 형사의 눈앞에서 사라진 수연을 찾기 위한 두 사람의 필사적인 구출작전이 전개된다.

영화는 여느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지는 않다. 마지막에 범인은 뜻밖의 인물로 밝혀지지만 어느 정도 미스터리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범인을 짐작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대신 영화는 휴머니즘적 요소에 무게감을 둔다.

사람이 자살한 지하철역의 퇴근길 정체 소식을 건조하게 전하는 방송뉴스와 무너진 가정 속에서 음식 쓰레기를 주워먹을 정도로 방치된 어린아이의 공허한 표정 등을 부각시키며 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하는가 하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위탁아동들의 불우한 환경도 조명한다.

"세상의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서도 그 같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의 긍정적 의도와 주연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미스터리물과 휴먼 드라마의 어정쩡한 경계에 머물며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던져준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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