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유전자치료, 임상적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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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유전자치료, 임상적 가능성 확인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6.11.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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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장기 효과 검증은 과제…제35차 폴리처 학회 서울 개최
AI 기반 청각 진단·재활부터 완전 이식형 인공와우까지 최신 기술 논의
고령층 보청기 지원 확대 및 이비인후과 수련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돼
왼쪽부터 송재진 폴리처학회 사무총장,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 구자원 폴리처학회 대회장, 문인석 폴리처학회 학술위원장, 최병윤 대한이과학회 공보이사
왼쪽부터 송재진 폴리처학회 사무총장,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 구자원 폴리처학회 대회장, 문인석 폴리처학회 학술위원장, 최병윤 대한이과학회 공보이사

난청 치료의 패러다임이 기존 보청기와 인공와우 중심의 청각 재활에서 유전자치료를 통한 근본적인 청력 회복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기존 치료법과의 비교를 통한 엄격한 임상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이과학회(회장 박시내)는 11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진행 중인 제35차 폴리처학회(Politzer 2026 Seoul)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634명이 등록한 가운데 난청 유전자치료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반 청각 진단 및 재활, 차세대 청각 임플란트 등 이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성과와 미래 치료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구자원 대회장(분당서울대병원)은 “2005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개최했다는 점에서 국내 이과학의 국제적 위상과 학술적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향후 이과학 분야를 이끌 핵심 기술인 △유전자치료 △차세대 청각 임플란트 △AI 기반 청각 진단 및 재활을 주요 주제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난청 유전자치료로 과거 연구 가능성에 머물렀던 유전자치료가 실제 임상시험을 통해 청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병윤 공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현재 난청과 관련된 유전자는 150~2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유전자는 제한적”이라며 “현재 임상적으로 성과를 확인한 특정 유전자치료 역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전자치료가 기존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대체하는 만능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현재 보고된 임상 결과를 보면 치료 후 청력이 개선되더라도 정상 청력 수준까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약 40dB 수준으로 개선되는 결과가 보고됐지만, 여전히 보청기 사용이 필요한 수준으로 현재까지 확보된 장기 추적 관찰 기간도 약 2~2.5년에 그쳐 장기적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 이사는 “기존 인공와우와 보청기가 이미 상당히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자치료가 국내에도 적극 도입되기 위해선 기존 치료법보다 충분히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특히 난청은 기존 치료 대안이 없는 질환이 아닌 만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면역반응과 간독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최근 중국과 미국 등에서 보고된 유전자치료 관련 사망 사례는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 전달체로 활용되는 바이러스 벡터가 간독성 등 인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난청 유전자치료는 미국 FDA의 가속 승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장기적인 임상 결과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조건부 성격의 승인으로 국내 도입 역시 향후 미국의 추가 임상 결과와 정식 승인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특정 유전자에 의한 선천성 난청을 대상으로 한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아 난청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게 이과학회의 기대다.

기자간담회 모습
기자간담회 모습

간담회에서는 유전자치료와 함께 차세대 청각 임플란트 기술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기존 인공와우 기술을 발전시킨 완전 이식형 청각 임플란트와 로봇을 활용한 인공와우 수술 등이 실제 임상 적용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청각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또 AI를 활용한 청각 진단과 재활 역시 주요 화두로 이번 학회에서는 AI 기반 청각 진단 및 재활 기술의 발전 방향이 소개됐으며 AI가 청력 손실의 진단뿐 아니라 환자별 청각 재활 과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맞춤형 청각 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존 치료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청성뇌간이식(ABI)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물론 유전자 치료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청신경 및 청각 경로의 문제를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첨단 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존 보청기 및 인공와우의 혜택을 더 많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 등으로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청각 건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과학회는 고령층 보청기 지원 확대를 위해 그동안 국회 정책토론회와 관련 포럼 등을 개최하며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시내 회장(서울성모병원)은 “그동안 지속적인 공론화와 언론의 관심으로 국회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범사업 추진 등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1~2년 내에 작은 규모로라도 시범사업이 시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서 청각 문제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보청기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당부했다.

이밖에도 국내 이과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과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간담회에서 현재 국내 이과학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이를 이어갈 젊은 연구자와 임상 인력의 기반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 것.

특히 전공의들이 수련 이후 대학과 연구 분야에 남기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진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장기적인 학문 발전을 뒷받침할 인력 양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지금은 국내 의료진의 노력으로 높은 의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다음 세대에 그대로 이어가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젊은 의료진이 학술과 연구, 임상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수련체계와 의료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단편적인 지원책이나 필수의료 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의료의 높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 전체를 들여다보는 장기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제35차 폴리처학회의 공식 슬로건은 ‘전 인류의 귀 건강을 위하여 헌신한다(Dedicated to Health Years for All Mankind)’는 취지를 담았다. 최신 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안전성을 확보하고, 기존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환자들에게도 청각 건강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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