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건강검진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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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건강검진 빛 좋은 개살구
  • 윤종원
  • 승인 2006.09.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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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진료.검사로 실망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학생 건강검진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부실한 검사 항목과 형식적인 검진 등으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도내 각급 학교에는 초등학교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1인당 9천390-2만1천370원을 들여 실시하는 건강검진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학교에서 실시하던 기존의 건강진단과는 달리 학생이 병원을 직접 방문, 의사를 만나 학교와 가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병원이 선정되고 학생들의 건강검진이 진행됨에 따라, 직접 학생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한 학부모나 건강 검진을 담당하는 일선 학교 보건 교사 등으로부터 검사 과정 등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방문한 이모(39.여)씨는 병원 검진 과정에서 의사의 성의없는 태도와 부족한 검사 항목 등으로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다.

병원은 방학이 끝나가면서 건강진단을 받으러 온 아이들과 학부모로 인해 크게 붐볐으며, 15명 정도가 검진실에 차례대로 들어가 검사를 한 뒤 의사가 미리 내준 문진표를 체크하는 수준에서 검사가 끝난 것.

이씨는 "4학년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 의사와 만났으나 가슴에 청진기를 한번 대보고 30초도 안돼 진료가 끝났다"며 "평소 아이의 증상에 대해 물어봤으나 의사는 성의있는 대답도 않고 대충 얼버무리고 끝냈다"고 황당함을 표시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방학기간에 큰 병원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의사의 진료가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예약제 등 학생들이 의사와 충분히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 검사 등 검사 항목이 부족한 데에 따르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건강검진 검사항목 중 혈액검사는 "비만" 판정을 받은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만 하도록 돼 있으며, 결핵과 간염의 경우 초등학생은 아예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한 일선학교 보건교사는 "혈액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객관적인 자료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의사의 문진으로 건강검진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혈액검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창원시내 한 종합병원 소속 의사는 "병원 입장에서도 건강 검진에서 수익성 측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학생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종합적인 검진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진기관으로 선정 가능한 병원이 부족한 농어촌지역의 경우 병원까지의 거리가 멀어 학생과 부모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우 지정가능 병원이 각각 1군데에 불과해 이 지역 벽지 학교 학생들은 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일부러 도시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산청지역의 한 보건교사는 "의료시설이 낙후돼 의사를 만날 기회가 적은 산간지역 학생들에게 건강검진 혜택이 더 돌아가야 함에도 이 지역 학생들은 건강 검진을 위해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본다"며 "그나마 학생들 중 결손가정이 많아 보호자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시내에 나가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 가도 검사 항목이 부족하고 의사의 진단도 형식적으로 이뤄져 학생의 건강상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은 거의 없다"며 "형식은 바뀌었지만 작년까지 학교에서 이뤄지던 기존의 건강검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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