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비밀은 유전자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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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비밀은 유전자에 있지 않다
  • 윤종원
  • 승인 2006.09.04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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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은 유전성이 아주 강한 키 같은 신체 특성과는 전혀 다르다. 유전자가 똑같고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일란성 쌍둥이의 수명도 평균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1일자에서 독일 로스토크 막스 플랑크연구소 생존.의학연구실 제임스 W. 포펠 박사는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장수의 비밀은 여전히 풀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간 수명 결정요인에 대한 과학계의 견해는 그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20여년 전에는 음식과 운동, 의료 등 환경을 강조하는 견해가 많았고 다음에는 관심이 유전자로 옮겨졌다.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기름기 많은 스테이크를 먹고 담배를 피워도 오래 살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데, 그리고 질병을 결정하는데 유전자는 중요 결정요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례적인 장수 집안 같은 예외도 있긴 하다.

포펠 박사는 부모의 키가 평균 보다 얼마나 큰가 하는 것으로 당신 키를 80~90% 설명할 수 있지만 부모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는 당신의 수명에 대해 3%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인간 수명이 유전적 요인과 연관성이 있는지, 있다면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고전적인 연구방법이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일란성 쌍둥이와 형제자매처럼 유전자가 다른 이란성 쌍둥이를 조사하는 것이다.

서던 덴마크대학의 카레 크리스텐센(유행병학) 교수는 최근 1870~1910년 사이에 덴마크와 핀란드, 스위스에서 태어난 모든 쌍둥이 기록을 조사해 이중 성별이 같은 1만251쌍의 일란성.이란성 쌍둥이를 추적한 결과를 과학전문지 "인간유전학"에 발표했다.

유전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자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었다. 또 일란성 쌍둥이들은 이란성 쌍둥이들 보다는 수명이 조금 더 비슷했지만 절대 다수는 사망 연도가 크게 차이 났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쌍둥이들이 비교적 일찍 숨지는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60세를 넘기면 유전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자 쌍둥이들의 경우 한명이 100세까지 살면 다른 한명이 100세까지 살 확률은 4%였다. 이는 일반 여성의 경우 1%밖에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것이지만 큰 의미가 있는 차이는 아니다. 누이가 100세까지 살 경우 남자 형제가 그 나이까지 살 확률은 0.4%, 일반 남성은 이 수치가 0.1%로 떨어진다.

암처럼 유전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질병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폴 리히텐슈타인 박사는 2000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서 스칸디나비아지역 쌍둥이 4만4천788쌍을 조사한 결과 암 중에서 유방암과 전립선암, 결장암에만 두드러진 유전적 요인이 있었다고 밝혀다.

그는 그러나 이들 암에서도 유전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하나가 이들 암에 걸렸을 때 다른 한명이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은 15%이하였다. 일반인보다 5배 높은 것이지만 그렇게 큰 위험은 아니다.

그러나 장수의 비결을 유전자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미국 내 3개 의료센터, 그리고 덴마크 크리스텐센 교수팀과 함께 장수 가족을 찾아 이들의 유전적 차이를 조사하는 새로운 연구에 착수했다.

NIA 에반 해들리 노인병학.임상노인학 과장은 "이례적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도록 하는 요인을 찾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질병을 예방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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