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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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를 묻다”
  • 윤종원 기자
  • 승인 2026.08.3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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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대표 신간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현장의 통찰과 해법 담아
사명을 구호에 머물지 않고 경영으로 옮기는 12가지 실행전략 제시

병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의료가 고도화되고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환자를 살리고 건강을 지킨다는 병원의 본질적인 사명은 변하지 않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한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가 펴낸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이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의 부제는 ‘사명을 경영으로 옮기는 12가지 실행’이다.

저자는 34년 동안 병원 현장에서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며 수많은 병원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봤다. 300회가 넘는 병원 컨설팅과 30개 이상의 병원과 함께한 협력경영 경험을 토대로 병원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시지는 ‘사명’과 ‘경영’을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No Margin, No Mission”이라는 명제를 통해 병원이 존재 이유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원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재무구조 없이는 좋은 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결국 수익성과 공공성, 경영과 사명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병원들이 직면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인건비 상승, 환자구조 변화, 의료전달체계의 변화, 디지털 전환과 AI의 등장 등 병원경영을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병원’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만으로는 조직을 움직이기 어렵다. 사명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병원의 사명을 특정 직종이나 경영진의 전유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원무·행정·시설·전산·영양·미화·이송 등 병원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이 병원의 사명을 함께 만들어간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를 받고 퇴원하는 순간까지 수많은 병원인의 업무가 연결된다. 한 사람의 작은 업무가 환자 경험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병원의 사명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인식할 때 조직의 힘이 커진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결국 조직문화의 출발점도 ‘왜’에 있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구성원은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병원장이 제시하는 비전이 현장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병원의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사명을 어떻게 경영에 옮길 것인가.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이 질문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략계획과 보직자 역량 강화에서부터 전략적 구매, 전문화, 성과기여수당, 진료패턴 적정화, 프로세스 혁신, 환자 유입경로 활성화, 브랜딩, 공간 재설계, 정보시스템, 신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병원이 실제 경영현장에서 고민해야 할 12가지 실행과제를 제시한다.

눈여겨볼 점은 각각의 과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사람을 키우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에게 선택받는 병원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모든 과정이 궁극적으로는 병원의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병원경영을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로 바라본다.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것이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역량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서는 왜 같은 환경에서도 병원마다 성과가 달라지는지를 짚는다.

저자는 이를 기획력, 인재, 지적자산, 운영체제라는 네 가지 조직의 역량으로 설명한다.

병원의 성장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거나 시설과 장비를 늘리는 데서 결정되지 않는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략을 세우는 기획력, 사람을 확보하고 성장시키는 인재관리, 조직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자산화하는 능력, 이를 실제 업무로 구현하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결국 병원의 경쟁력은 건물이나 장비가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 조직의 ‘근육’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단순한 병원경영 지침서와는 결이 다르다. 병원경영의 각종 기법을 나열하기보다 ‘왜’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전략과 실행을 연결한다.

박개성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공인회계사로 활동했다. 이후 청와대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재정과 행정개혁 업무를 경험한 뒤 병원경영 컨설팅 분야에 뛰어들었다.

특히 오랜 기간 의료기관과 함께하며 병원경영의 변화 과정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책의 내용은 이론보다는 현장에 가깝다.

병원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면서도 조직으로서 재무와 인사, 전략, 마케팅, 시설, 정보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때문에 병원경영은 일반적인 기업경영의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러한 병원의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경영의 기본 원칙을 놓치지 않는다. 사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영이 필요하고,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시 사명을 실현하는 데 있다.

이 선순환 구조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가 던지는 메시지는 마지막에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병원의 전략도, 시스템도, 첨단기술도 결국 사람이 움직인다. AI가 의료의 상당 부분을 바꾸더라도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병원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성원에게 다시 질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이 병원에서 일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병원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의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조직은 강해진다.

병원의 사명이 구성원의 일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이 다시 환자의 신뢰로 연결될 때 병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그래서 병원장과 경영진에게는 전략서이고, 병원 구성원에게는 자신의 일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책이다.

무엇보다 의료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병원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왜 존재하는가’를 다시 묻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병원을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이유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왜 병원에서 일하는가.”

박개성 대표는 34년 병원경영 현장의 경험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그 답을 실제 경영으로 옮기는 방법을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에 담았다.

병원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병원의 사명을 다시 찾는 것. 그리고 그 사명을 경영으로 실천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다.

<엘리오앤컴퍼니·479쪽·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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