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관점에서 본 기절놀이의 위험성
상태바
의학적 관점에서 본 기절놀이의 위험성
  • 윤종원
  • 승인 2006.07.1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일부러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세게 눌러 일시적으로 사람을 실신하게 하는 일명 "기절놀이"가 유행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이 같은 놀이는 단순히 "기절하는 느낌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일시적인 쾌감에 따른 환각현상을 느끼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3분 이내 의식 못 찾으면 뇌세포 손상 = 목을 조르는 행동을 의학적으로 보면 경동맥을 눌러서 머리로 가는 피를 막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핑그르르 도는 듯한 느낌과 함께 뇌에 저산소증이 오면서 의식을 잃게 된다.

숨을 참고 흉부를 압박하는 행동 또한 호흡을 방해함으로써 뇌에 산소공급을 막아 저산소증에 빠지게 만든다.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양영모 교수는 "기절 상태에서 뇌에 4~6분 이상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켜 뇌졸중과 유사한 신체장애나 발작 등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저산소증으로 인한 기억상실, 집중력 저하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서 있던 상태에서 이러한 장난을 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머리가 땅이나 주위의 구조물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저산소증이란 = 저산소증의 가장 가벼운 예로는 버스 뒤꽁무니에서 뿜어대는 매연 때문에 숨이 탁 막히거나 환기가 안 된 지하공간에 오래 머물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대기오염이 심하고 밀폐된 곳에서 장시간 거주하거나 특수한 작업장, 고산지대 등에 오래 머물면 산소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코골이가 심해 약 10초 동안 숨을 쉬지 못하는 "수면 무호흡증" 환자도 저산소증을 보인다.

깊은 호흡이 힘든 산모의 경우 산소가 부족해 태아가 저산소증에 노출되기도 한다. 저산소증이 생기면 저체중 아이나 심지어 정신지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조산이나 유산할 위험도 높다. 심하게는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자다 변을 당하는 것도 저산소증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저산소증은 뇌뿐 아니라 심장 기능에도 직접적인 장애를 일으킨다. 심한 경우 부정맥이나 의식 장애 등을 일으킨다. 척추도 저산소증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저산소증이 장시간 지속되면 심한 손상이 올 수 있다. 또한 간이나 콩팥 같은 주요 장기에도 많은 손상을 준다.

■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 가져올 수도 =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다 산소를 필요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산소에 예민한 곳이 뇌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는 피 속에 녹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진다.

가만히 있을 때를 기준으로 뇌가 가장 많은 산소(약 25~30%)를 소비하고 이어 폐■심장 등의 순으로 산소 소비가 크다. 공부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할 때는 뇌가 전체의 40%나 되는 산소를 가져간다. 때문에 뇌에 산소가 모자라면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으며 산소가 4분 이상 전달되지 않으면 세포기능이 멎는다.

이처럼 저산소증이 오면 빠른 시간 안에 뇌신경이 상하게 되므로 우리 몸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뇌신경에 저산소증이 오지 않도록 생리작용을 하게 된다. 즉 숨을 빨리 쉬고 심장의 박출량이 많아지는 등의 변화로 뇌신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절놀이처럼 강제로 갑작스럽게 산소를 차단하면 인체는 아무런 방어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저산소증에 빠지게 된다.

만약 호흡이 멈춘 뒤 10분 이상 지나고 인공적이든 자발적이든 호흡이 되돌아 왔다고 해도 뇌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호흡이 없는 시간이 길수록 손상부위나 정도가 커지는 것이다.

뇌세포가 조금이라도 손상을 입었다면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한 자칫 뇌졸중과 같은 큰 후유증을 얻을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만약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자발호흡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인공호흡을 포함한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매우 절실하다"면서 "물론 기절놀이 등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을 하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고 충고했다.

(도움말 :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양영모 교수)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