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나가는 독일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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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빠져나가는 독일 의사들
  • 윤종원
  • 승인 2006.06.2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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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피하고 좋은 근무환경 찾아
독일의 젊고 유능한 의사들이 줄줄이 조국을 등지고 있다. 고임금 등 보다 나은 근무환경을 찾아서다. 또 독일 의료계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파벌주의를 피해서다.

독일의사협회인 "마르부르거 분트"에 따르면 지난해만 2천300명의 의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현재 네덜란드, 영국, 미국, 호주,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3국 등에서 일하고 있는 독일 의사들이 1만2천500명을 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의사들은 대부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숙련의들로, 유능한 의사들이 속속 빠져나감에 따라 진료 차질을 빚고 있는 독일내 일부 병원에서는 빈 자리를 채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협회의 미하엘 헬름캄프 대변인은 "의사들이 해외로 떠남에 따라 현재 약 5천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태"라면서 "독일 전역의 병원들이 의사 부족사태를 겪고 있으며, 많은 병원에서는 예전 수준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셀도르프 대학병원의 경우, 수십명의 의사가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갔으며 특히 마취과는 80명중 17명이 지난해 사직서를 냈다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병원으로 이직하는 마취과 전문의 크리스티안 파보치아(36)가 전했다.

독일 의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급여 때문. 파보치아 전문의의 경우 한달에 세금을 뗀 급여가 2천900달러에 불과하지만, 암스테르담 대학병원에서는 근무시간이 적은데도 거의 3배에 달하는 8천150달러를 받게 된다.

독일에서는 그동안 젊은 의사들 사이에 처음에는 많은 돈을 벌지못하지만 경력을 쌓으면 젊은 시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의료비를 대폭 삭감한 정부의 의료보험체계 개편 전의 얘기다.

파보치아 전문의는 "의료보험 체계의 전면 개편으로 지금은 수년동안 고생할 만한 가치가 사라졌다. 앞으로는 고참 의사가 되거나 개업을 한다 하더라도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낮은 보수 뿐 아니라 열악한 근무조건과 승진전망에 대한 불만도 독일 의사들을 해외로 내쫓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독일 병원들이 젊은 의사들에게 충분한 교육 여건을 제공하지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간부 의사들의 "권위주의적인 행태" 등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같은 뒤셀도르프 대학병원 마취의로, 오는 8월 영국 플라이마우스의 데리포드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넬슨 아마렐(28)은 자신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나은 급여와 교육여건뿐 아니라 병원내 정실과 파벌 인사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상사가 총애하는 사람속에 끼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그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승진은 꿈도 꿀 수 없다. 자기들 맘대로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의사들의 이 같은 불만들이 쌓이면서 지난 수개월간 약 1만2천명의 의사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국영 및 대학병원 등은 응급진료만을 해야 했다.

파업의들은 지난주 병원 의사들에게 경력과 보직에 따라 최고 20%까지 급여를 인상하고 재교육 일수를 3일 추가하며, 연말 보너스 삭감안을 백지화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영 및 대학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업무에 복귀했으나 전국의 700개가 넘는 시립병원의 의사들은 더 많은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베를린에서 근무하다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병원으로 옮긴 한 정신과 의사는 "처음에는 한 일년정도 있다가 돌아간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면서 "여기서 독일 의사들 인기가 높다. 독일에서 돈은 적게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데 훈련이 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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