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매년 건강보험 수가(환산지수)협상을 벌여 이듬해 수가 인상률을 결정한다.
올해 수가협상은 새로운 변수가 많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반영한 수가인상을 바라는 공급자단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우려와 걱정이 많다.
먼저 그동안 수많은 문제가 노출돼 제도발전협의체에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던 SGR 모형대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제시한 4가지 수가조정 개선모형에 공급자들은 의심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사연은 △인구고령화·소득탄력성·종별가산을 고려한 모형 △국내 GDP 증가를 반영한 모델 △의료현장 지출과 의료물가지수를 고려한 모형 △GDP와 의료물가지수를 함께 고려한 모형 등 4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급자단체는 적정한 수가수준을 도출하기에는 SGR 모형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공단측은 이달 중에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기반으로 논의, 합의된 모형을 선정하고 올해 수가협상에 적용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합의 자체가 불투명해 새로운 수가조정 모형 선정을 놓고 수가협상이 파행을 겪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수가인상에 들어가는 추가 소요재정을 제시, 사실상 수가인상폭의 상한선을 결정해 왔던 공단 재정위원회 개최시간을 수가협상 마지막날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겨 마지막 협상여지를 없애 공급자들의 우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밤샘협상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마지막 협상 여지마저 앗아가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오후 2시에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추가 소요재정폭이 결정되면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남지 않아 공단측이 제시한 수가인상률을 수용하던지 아니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끌고 가는 도리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공급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이 일몰된 것도 올해 수가협상을 파국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갈 강력한 요인이라 올해 수가협상은 그 어느 해보다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국회에서 끝내 국고지원이 무산될 경우 수가인상에 필요한 재원을 보험료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가입자 위주로 구성돼 있는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수가인상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단 차원에서는 올해 수가협상을 원만하게 타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수가협상을 또 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