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십시일반 필리핀 소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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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십시일반 필리핀 소녀 살렸다
  • 윤종원
  • 승인 2005.10.28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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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필리핀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왼쪽 어깨 뒤쪽에 생긴 혹이 점점 커지는 병을 앓던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로벌린 발라논(Rovalyn Ballanon.8세)양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한국인들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

2살때부터 혹이 자란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로벌린양이 해외의료봉사를 벌이던 고 건(高 建) 전 총리를 지지하는 네티즌 모임 "고사모 우민회"를 만난 뒤 기적은 시작됐다.

의료팀에게 딸의 혹을 내보이며 고쳐달라고 호소하던 어머니 로즈마리 발라논(Rosemary Ballanon.32)의 모정에 감동한 우민회에서 로벌린양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청주현대병원 김학군(49) 원장이 무료 수술을 자청했고 필리핀 항공에서도 항공료를 지원해 로벌린양은 24일 한국을 찾아 26일 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웃음을 되찾았다.

계란만한 크기의 종양이 예상보다 뿌리가 깊어 2시간에 이르는 수술 도중 출혈도 컸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고 회복도 빠른 상태다.

김 원장은 "그대로 종양을 방치했더라면 생명도 위험했겠지만 무사히 수술을 마쳐 일주일 정도면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한참 성장하는 나이에 로벌린양이 건강을 되찾아 너무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어린 나이라 수술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던 로벌린양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딸의 병을 지켜만 보며 눈물을 삭여야했던 어머니도 "딸이 치료돼 너무 행복하다. 도와주신 분들께 어떻게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어머니도 앞니 2개가 모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안 우민회측에서 회원인 김이섭(41) 치과 원장을 통해 무료로 의치 시술을 해주기로 하자 어머니의 기쁨은 두배가 됐다.

게다가 로벌린양의 사연을 들은 병원의 환자들이 빵과 우유를 사다주며 격려하고 병원 인근 미용실에서도 모녀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자 어머니는 "한국이란 나라가 고향같이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민다나오섬 다바오 방송국에서 로벌린양이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 과정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해 우민회측에 촬영을 부탁하고 민다나오 섬의 유력 일간지도 로벌린양의 사연을 1면에 싣는 등 현지에서의 관심도 지대하다.

로벌린양은 일주일간 입원한 뒤 대통령의 옛 별장인 충북 청원군의 청남대와 서울 롯데월드 등을 관광하고 내달 4일 귀국할 예정이며 고 전 총리도 이번주 내로 로벌린양을 찾아 격려하기로 했다.

우민회 관계자는 "수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로벌린양이 건강을 되찾아 기쁘다"며 "지속적으로 해외의료봉사를 벌이는 한편 희귀병을 앓는 국내 어린이 돕기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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