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적사항 제공, 의료선택권 조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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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인적사항 제공, 의료선택권 조장 우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3.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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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이혜훈 의원 발의 의료법 개정안 의견서 제출
'손해배상책임 보장 위한 보험 가입 의무화' 반대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의 면허 및 경력 등 인적사항을 환자에게 알리도록하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병원협회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3월19일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지난 3월2일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의 면허, 경력 등 인적사항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미안내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의료사고의 발생 또는 진료계약의 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보장을 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병협은 검토 의견서에서 의료선택권 조장 우려를 표명했다.

개정안에 따른 학력, 경력 등에 관한 사항이 의료인의 능력과 자질, 의료행위의 전문성이나 진료의 적합성 등과는 동떨어진 정보로 오히려 출신학교나 과거 근무지 등과 같은 외견적 지표에 현혹된 의료선택권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 필요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진료과목, 전무의 인정과목, 필요시 예외적으로 관련 학회에서 인정하고 있는 세부 전문과목 등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병협의 설명이다.

또 개정안이 의료인의 경험과 실력, 노력과 신뢰성, 더 나아가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 등 정성적 요인은 배제한 채 외견적 사항만을 중요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수용되기 어렵다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월28일 개정된 의료법 제46조 제3항(의료기관의 장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의사 선택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에 따라 의료기관은 기존과 같이 환자에게 진료의사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개정안 취지가 달성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또한 의료기관과 의료인간의 근로계약기간 안내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봤다.

개정안은 ‘장기간의 진료계약’ 체결 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사 등과의 근로계약기간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계약의 장기간 해당여부는 다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판단·해석될 여지가 있어 법률화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근로기준법상 개념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환자가 요청할 경우 근로계약기간을 알려줘야 할 입법적·정책적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다며 이러한 정보가 의료제공에 있어 반드시 제공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 개별 요청에 의한 안내가 가능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실익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별로 매우 다양한 근로계약의 형태나 기간도 문제다.

근로기간을 설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의 경우 근로계약기간 안내가 어렵고 근로계약기간 만료 후 계속적·통상적 재계약이 이뤄지는 경우(1년 단위 근로계약 갱신) 근로계약기간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정된 근로계약기간을 환자 요청에 따라 안내하였지만 추후 근로자의 사정에 따라 근로계약 해지 시 환자 측이 잘못된 정보를 안내받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점도 사유로 들었다.

특히 인적사항 미게시 및 근로계약기간 미안내를 이유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침해되는 법익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점등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에 매우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의료배상보험 가입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현행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의해 신속한 피해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별도의 유사제도 신설은 의료기관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병협은 환자 측에 대한 신속한 손해배상 등 취지는 공감하지만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당시 이러한 사항은 충분히 검토가 됐고 제도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신설·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 및 상황을 반영해 ‘손해배상금 대불재원’은 사전에 모든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일정금액을 부담하도록 의무화해 중재원이 항시 보유·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는 재원부담 의무를 이행하고 있고 마련된 재원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개정안의 ‘휴업의 사유 게시’ 역시 그 취지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휴업을 하려는 경우 미리 그 취지를 의료기관 내에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병협은 휴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휴업의 사유가 아닌, 휴업 예정사실의 공지와 원활한 환자의 전원을 통한 환자에 대한 계속적 진료제공·권리보호 등이라며 현행법에서도 충분한 제도 취지 달성이 가능한 만큼 휴업의 사유까지 게시해야 할 취지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휴업 시에는 사전에 관할 시장 등에게 휴업신고를 하고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휴업사유를 표시하고 있어 휴업사유를 의료기관 내 게시하게 될 경우 불법행위나 비정상적인 의료기관 운영 등과 무관한 정상적인 휴업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의료인·의료기관을 불신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등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서는 진료 관련 협조에 성실히 이행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는 등 부정적인 면이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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