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학계, 조류독감 과민반응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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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학계, 조류독감 과민반응 자제해야
  • 윤종원
  • 승인 2005.10.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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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을 유발하는 H5N1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지는데 대해 전문가들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루마니아와 터키의 가금류에서 H5N1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유럽 각국 보건당국이 대책 마련을 서둘고 있고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일반인들의 심리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아직 바이러스가 감지되지도 않은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에서는 스위스의 세계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가 약국의 진열대에서 날개돋친 듯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

스위스에서도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류독감의 전파 가능성에 지레 놀란 일반인들이 타미플루를 찾는 발길에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신종질병이 쉽게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은 아니며 지금까지 이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들은 주로 닭을 취급하는 사육업자들이었다는 점을 들며 최근 패닉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스위스의 의사와 약사 단체가 17일 전국의 회원들에게 공문을 발송, 개인들이 타미플루를 구입하는 것을 자제시킬 것을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위스 의사협회와 약사협회는 현시점에서는 타미플루를 처방할 필요가 없음을 주지시키는 한편 안내문을 통해 타미플루를 왜 구입할 필요가 없는 지, 구토와 기관지염, 현기증 등 부작용 등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도미니크 조르당 스위스 약사협회장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패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언론이 조류독감을 상업적 의도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르당 회장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조류독감이 대대적인 역병으로 번질 것에 대비해 이를 비축할 필요가 있지만 가금류에서 겨우 바이러스가 발견된 단계에서는 개인들이 이를 구입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스위스 의사.약사 협회는 타미플루가 백신이 아닐 뿐더러 일반적인 독감 증세가 나타났을 때 복용하면 제한적인 효과를 갖는 약품에 불과하다면서 그나마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에 인접한 이탈리아의 경우, 조류독감이 유럽에 상륙했다는 보도의 여파로 닭고기 소비량이 일시에 30%나 줄었고 가격은 40%나 하락해 6천여 사육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파올로 베도니 이탈리아 농민연맹 회장은 10가구당 8가구가 정기적으로 닭고기를 즐기고 있었으나 최근 조류독감에 대한 "분별없는 과민반응" 때문에 소비량이 대폭 줄었다고 한탄했다.

베도니 회장은 현재 이탈리아산 닭고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한다면 상황이 다소 나아질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탈리아 조류독감대책본부측은 조류독감은 극히 예외적이며 간헐적으로 인간에 전염된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달걀의 부화에서 닭의 도살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규정을 지키고 있어 닭고기와 달걀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전문가들은 H5N1바이러스는 조리 과정에서 죽는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수역기구(OIE),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도 최근 닭고기는 굽거나 삶아 조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재확인하는 입장이다.

딕 톰슨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은 지난 14일 유엔 유럽본부 출입기자들을 위한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의 조류독감을 세계적인 역병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조류독감이 인간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H5N1이 새로운 지역의 가금류로 전파되는 것은 우려의 대상이며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밝현진 모든 증거를 보면 인간에 쉽게 전염되는 것은 아니며 매우 드문 케이스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생닭고기는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하며 이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세척하고 생닭고기를 다른 식품과 접촉되지 않도록 하며 달걀은 표면을 씻어 적절하게 조리해 먹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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