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 공감, 심의기구 설립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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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광고 사전심의 공감, 심의기구 설립은 이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2.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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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통과까지 논란 불가피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판결 이후 난립하고 있는 불법 의료광고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복수의 심의기관 설립 여부가 쟁점화 되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전자율심의제도 마련, 불법 의료광고 난립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법제화, 불법 의료광고 시정조치 구체화 등을 담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주최로 2월1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불법 의료광고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의료광고 사전심의 법제화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복수의 자율심의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창근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사전 자율심의제도의 마련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자율심의기구를 두고 복수의 자율심의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의한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하면 행정권 주체가 된 사전심사라는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의료행위는 시술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가지고 있어 국민의 건강, 생명 등에 직결돼 의료광고는 사전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는 사전심의 의무화 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행정권’에 의한 사전심의가 주된 쟁점이므로 사전심의 의무화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헌재의 위헌 판단의 근거가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이었던 만큼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의한 사전심의가 이루어져야 만이 위헌성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사전심의의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의 소지가 있는 반면 자율심의는 심의의 효율성 저하라는 단점은 있으나 양자를 결합하면 기본권 침해성은 낮추고 심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심의기구 참여로 중립성은 높아지고 경쟁속에 효율성에 제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복수의 심의기구가 활동할 경우 심의기준은 심의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협의의 주체,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의 방법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황 교수는 조언했다.

의료광고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개정안 제2항에서 소비자단체 등은 모니터링을 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소비자단체의 모니터링 허용이 다른 단체나 기관이 모니터링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 위헌 결정 이후 나타난 최근의 의료광고 실태를 소개한 윤명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위헌 판결 이후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각 협회의 의료광고 사전심의건수가 2015년 2만2931건에서 2016년 2천313건으로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기관들이 의료광고 심의를 거의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져 오히려 불법 광고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만 급격히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윤명 사무총장은 현재의 의료광고 실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 자율심의제도 도입 △지속적 사후 모니터링 △현행 의료광고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도입을 제안했다.

윤 총장은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의 위헌성은 제거돼야 하나 불법 의료광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자율 심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전 심의가 자율적인 상황에서 지속적인 불법 의료광고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반 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처리 및 소비자 피해 발생시 이를 구제하고 보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의기구 의료단체에 맡겨 달라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의료광고 사전심의 법제화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지만 복수의 자율심의기구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수행해온 의료계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의료광고 심의를 의료인과 전문가 단체인 의료인 중앙회에 맡겨 줄 것과 불법 광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영섭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의료광고 사전심의 법제화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의료인 단체에서는 의료광고 심의기구가 의료인중앙회가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환자들을 유혹하는 문구가 많다. 내가 봐도 모르는 전문 용어들이 있어 해당학회에 물어보고 있다.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전문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면서 “의료광고 심의를 의료인과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맡겨 달라”고 했다.

이진욱 대한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은 다수의 기관이 심의를 하게 되면 오히려 경쟁과 중립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심의기관 복수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의료광고 처분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 과장되거나 불법적인 광고가 나간 이후에는 문제가 된다”며 “불법 광고를 하려는 모험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수의 심의기관이 참여한다고 해서 중립성을 가지기는 어렵고 광고 심의가 잘 통과되는 기관으로 몰릴 것이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에 대해서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광고 심의가 수정 없이 바로바로 처리해 주는 것이 효율성인지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만들어 질지도 의문이고 다수의 기관이 참여하는 것도 부정적이다”며 “다수의 기관이 심의를 하게 된다면 경쟁과 중립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 언론, 소비자들이 참여를 하게 된다면 더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며 “심의는 의료인 단체가 하되 50% 이상 민간이 참여하고 모니터링은 더 엄격하게 소비자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박영진 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는 △의료광고내용의 명확화 및 민간자율심의제의 허가제 △심의위원 구성의 전문화 △의료광고 실명제 △수술전후 사진의 규제 △인터넷 광고 심의 확대 및 쌍벌제 △처벌강화 등을 제안했다.

◇민간중심의 사전심의기구 필요해

반면 시민단체와 광고업계는 사전심의의 실효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민간중심의 사전심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는 “개정안에서 관련 협회가 아닌 소비자단체 등 시민단체의 사전심의기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경쟁을 촉진해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의 실효성을 제고시키려는 취지”라고 찬성했다.

또한 자율심의기구와 민간단체 등이 금지광고 등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하도록 법에 명시한 것은 의료광고의 불법적 유통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강 대표는 “사후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제재조치를 행정처분에 한정하기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광고의 특성상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민하 네이버 실장은 “의료광고 심의기구는 민간에 의한 심의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복수의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한다면 다수의 민간기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방식으로 심의 주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역시 복수의 심의기구 설립에 동의하고 사후 감시체계와 불법의료광고 처벌에 강화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단수·복수 단체 모두 타당

보건복지부는 가장 큰 쟁점중 하나인 사전심의기구 단수화와 복수화 논란 보단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법안 자체가 복지부의 ‘의료광고 제도개선 TF논의’를 바탕으로 헌재 판결의 위헌성을 감안해 고려된 것”이라며 “대통령령 위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갖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오 사무관은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의료광고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과 가역성 때문에 의료소비자 입장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내용을 개정안이 충분히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인 단체들이 강조한 처벌규정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인들의 수입과 비교할 때 벌칙규정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쟁점이 된 사전심의기구 설립과 관련해서는 양자가 모두 타당하다는 신중함을 보였다.

오 사무관은 “의료단체에서 말한 것처럼 그 경쟁이 소비자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고 광고주 또는 광고업자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경쟁을 통해서 투명성·중립성·정보 비대칭의 해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율심의기구가 작동한다고 해도 국회, 언론, 시민단체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고 이를 신뢰할 것”이라며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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