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 살인독감, 조류독감이었다
상태바
1918 살인독감, 조류독감이었다
  • 윤종원
  • 승인 2005.10.0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18-19년 세계를 휩쓸며 5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살인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완전 해독됐으며 이 바이러스는 현재 아시아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조류독감과 거의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국의 2개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최신호에 각각 발표한 연구보고에서 스페인 살인독감 바이러스(H1N1)의 8개 유전자를 완전 해독하고 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이 바이러스를 "재생"해 동물에 실험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극히 일부만 다를 뿐 아시아 조류독감(H5N1)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결국 "사람에게 적응된 조류독감"이었다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아시아 조류독감이 다른 것은 10개의 변이유전자였으며 바로 이 차이가 사실상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인간숙주에 적응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 변이유전자의 일부가 현재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에도 있다고 밝히고 이는 언젠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도 손쉽게 감염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염도 가능케 하는 무서운 살인독감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 조류독감은 현재 수 천만 마리의 조류를 죽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에서는 사람도 감염시켜 6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가운데 계속 확산되고 있다.

두 연구팀 가운데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미군병리학연구소의 제프리 타우벤버거 박사는 포르말린 속에 보관되고 있는 1918년 살인독감 사망자의 조직과 알래스카의 동토대에 묻힌 한 여성 희생자의 폐에서 채취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파편들을 이용해 이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타우벤거거 박사는 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두 번째 연구팀인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 연구팀에 제공했고 이 연구팀은 역유전학(reverse genetics) 방법으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자가복제 유전자구조인 플라스미드(plasmid)를 만들어 이를 CDC에 보냈다. CDC연구팀은 다시 이 플라스미드를 인간의 신장세포에 넣어 살아있는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CDC 연구원 테렌스 텀피 박사는 플라스미드를 세포에 주입하면 바이러스가 스스로 재조립되며 시간도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CDC연구팀은 재생된 바이러스를 쥐와 닭의 배아, 인간의 폐세포에 주입,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쥐는 폐 깊숙이 염증과 출혈이 나타나면서 3일만에 죽었다.

이 바이러스가 이토록 치명적인 것은 폐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헤마글루티닌(HA) 유전자와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효소 폴리머라제를 만드는 3개의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CDC는 작은병(vial) 10개분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재생해 현재 "생물안전수준(BSL) 3호" 실험실에 엄격한 조건 아래 보관하고 있다. BSL은 4가 최고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병원균이 이에 해당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