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정립과 정책 실효성 제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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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정립과 정책 실효성 제고 기대
  • 병원신문
  • 승인 2016.04.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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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에 바란다 - 임영진 사립대의료원협의회장

상춘객들의 발길로 왁자지껄했던 여의도 벚꽃길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듯이 상록(常綠)에 자리를 내어준다. 지난 4.13일에 있었던 총선에서 당선된 새로운 면모의 선량(選良)들이 제20대 국회에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처럼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국회와 선량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회가 수행해야 할 많은 역할이 있겠지만 보건의료계가 안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실행 및 제도운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환산지수)의 현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매년 공급자단체와 보험자는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에 관한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2016년도 병원기준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당 72원이다. 전년 대비 1.4% 인상된 수준이다(참고로 2015년도는 전년 대비 1.7% 인상). 수가인상은 보험급여발생액 중 재료비(약품, 진료재료 등)를 제외한 행위료에만 적용되므로 병원 총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보험급여 행위료 비중을 고려할 때 1%의 수가인상 시 수입증대효과는 약 0.6%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년도 1.4% 인상률을 고려할 때 다른 요인들에 의한 긍정적 효과가 없는 한 의료기관의 수익증대효과는 0.84%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며 고정비성격이 강한 인건비의 경우 1%의 인상만 가정하더라도 병원경영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이는 곧 노사관계의 악화나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어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의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사립대의료기관의 공적역할 수행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사태 때 사립대의료기관이 국공립의료기관과 더불어 국가적 재난의 조기수습을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사립대의료기관의 공적역할은 필수적이나 비용지출에 따른 손실의 대부분은 해당 의료기관의 희생으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것이 곧 사립대 의료기관의 공적역할 수행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0월초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가 ‘사립대의료기관의 공공성과 병원경영’이라는 주제로 제4회 미래의료정책포럼을 공동주최한 바 있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의 ‘변화하는 환경과 미래 보건의료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기조강연의 내용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대부분 사립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수준의 의료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나 국가의 지원 및 예산투입은 미미하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알게 되었듯이 의료인프라는 세계최고인데 국가의 대처능력은 기대에 못 미치므로 의학발전을 위한 재투자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과목부터 획기적인 수가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 등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 ‘적정부담과 적정수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전공의특별법(병원계에서는 ‘전공의수련환경법’으로 칭함)으로 인해 의료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도제식수련교육관행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합당한 수련시간과 휴식시간, 당직수당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법 규정 준수 이외의 다른 근무조건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스승과 제자라는 사제 관계에서 수련의사와 지도전문의라는 공적 관계로 모든 수련병원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수련의 질 하락과 대체인력 수급을 위한 비용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련시간이 제한되면 병원에서는 전공의에게 우선적으로 근무시간 중에 필요한 업무처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므로 순수한 학문적 교육과 수련을 위한 시간이 간과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련환경개선에 따른 대체인력확보방안과 대체인력확보를 위한 구체적 재정지원계획이 없어 환자진료공백으로 인해 발생할 환자안전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병원의 몫으로 남는다.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수련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사립대의료기관을 비롯한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므로 국회와 정부는 전공의수련환경법으로 인한 진료공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 상급종합병원 확충 및 의료의질 향상을 위한 재정확대가 필요하다.

2015년 말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모두 43개 의료기관이며, 국립의료기관이 11 곳, 사립 의료기관이 32 곳이다. 2014년 말 지정 평가시 새로이 진입을 희망하는 병원은 총 9개 기관이었으며 평가결과 3개 병원이 탈락하고 3개 병원이 새롭게 지정됐다.

평가기준은 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절대기준과, 절대기준 충족 후 상대평가에 의한 교육수련과 질병군비율(전문질병군과 단순질병군)이 있다. 전문질병군비율의 경우 절대기준을 충족하였음에도 상대평가에서의 불예측성으로 말미암아 입원환자수용의 불합리성에 의한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평가시기에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무색하게 병원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적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바라건대 정부와 국회는 2단계 평가방식의 소모적 경쟁에 의한 배제보다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중추적 진료기능 수행과 사회공헌의 실천으로 신뢰받고 있는 대학병원들을 최대한 수용하므로써 기존의 의료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금(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는 작년부터 선택진료제도개편의 손실보전방안으로 신설되었으나 손실을 감수해야할 의료기관에 대한 온전한 보상이 아닌 정책적 활용으로 인해 사립대의료기관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된 상황이다. 1차년도엔 고도중증질환에 대한 보상으로, 2차년도 이후부터는 5개 영역 37개 지표(3차년도엔 5개영역 59개 항목 평가예정)로 입원료와 외래진찰료에 소정의 수가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료가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사립대의료기관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정책은 실효성을 얻지 못하면 무의미한 것이다. 실효성은 계수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공감과 동참이 절대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입안(전공의특별법, 의약품거래대금결제의무화 등) 상정시에는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보건의료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국회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지난 메르스사태 때 보여준 국회 여야대표와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의료현장 방문과 피해의료기관의 손실보전을 위한 노력과 배려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말이 있다. 2015년말 현재 건강보험재정의 누적흑자규모가 1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보험자의 노력이 인정되지만 정책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의료시장의 3대 주체는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보험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제반 정책은 공급자의 희생과 양보를 담보로 한 것이었다고 감히 단언한다.

지난해 병원협회의 슬로건은 ‘병원이 웃어야 국민이 행복하다’였다. 친절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의료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의료기관의 발전적 재투자가 가능한 수준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바라건대 20대 국회에 새롭게 입성한 ‘선량(選良)’들이 ‘선량(善良)’한 의료인들의 무너진 자존감과 의료기관의 열악한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의료체계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깊은 고민과 통 큰 배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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