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강화, 인심은 정부 희생은 병원
상태바
보장성강화, 인심은 정부 희생은 병원
  • 정은주
  • 승인 2005.08.1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대, 상급병실, 초음파 등 비급여 급여되면 수가보전 해줘야
정부가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이어 의료기관들이 저수가체계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온 비급여부분까지 급여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환자들의 실제 의료비 부담을 파악하기 위해 비급여부분의 본인부담 규모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비급여부분은 원가의 80% 수준에 불과한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보전이나 수가현실화 없이 비급여부분만 급여로 전환할 경우 의료기관들은 또다른 수익원을 창출해내거나 비급여부분의 급여전환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고 부실화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올들어 1조5천억원 이상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흑자를 기록자하 암 등 중증질환에 보장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비급여부분을 급여로 전환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추진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선택진료제도의 개선과 식대의 급여전환, 초음파 급여화, 상급병실 급여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즉, 전체환자를 위한 보편적 진료에 대한 혜택이라기보다 일부 중증질환자에 대한 혜택에 국한돼 있다. 전국적으로 25개 병원 정도에서 도입하고 있는 고가의 의료장비인 PET의 경우 관행수가가 100만원에 달하는데 이마저도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필수의료도 급여 못하는 상황에서 식대나 상급병실료 등 부가적인 것까지 급여하는 것이나 7만여개 의료기관 중 130개 정도의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는 선택진료를 급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난의 소지가 있다. 이는 고급진료를 추구하는 일부 환자들의 선택진료를 전체 국민이 건강보험을 통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도 수익손실분에 따른 보전책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대의 경우 정부는 산재환자들의 식대 수준인 4천300원 선에서 급여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8천원대까지 받고 있는 식대를 급여전환할 경우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들은 산재 수준으로 식대가 급여화되면 입원수익의 약 10-20%의 수익감소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병원들이 식대의 급여전환에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식단의 부실화로 이어져 환자들의 민원을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 때문에 고급진료를 지향하는 대형병원의 경우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음파기기와 PET의 급여화는 지난해 MRI 급여화에 이어 병원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초음파가 급여화되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사용횟수의 제한 등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초음파의 경우 대학병원급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걸쳐 방대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하는 진료과도 다양해 빈도수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초음파가 급여화되면 빈도수를 줄이려는 추가 정책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는 당연한 것.
또 암 등 중증질환에만 급여가 된다 하더라도 초음파의 급여수가가 결정되면 비급여부분에 대한 관행수가도 급여수가 선에서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으로선 전체적인 수익감소를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상급병실 급여의 경우도 현실성없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인실까지 급여될 경우 의료기관들로선 3인실을 2인실로 바꾸거나 4인실화 시켜 충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아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가운데 선택진료는 2002년 자료를 토대로 할 때 의료기관 입원수익의 약 22%를 차지하며, MRI도 약 20%, 식대수익이 10-20% 등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급여화하면 단순계산으로 입원수익의 약 50-60%가 줄어들게 돼 경영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보장성 강화정책은 환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해 의료보장의 폭을 확대하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칫 환자들의 도덕성 해이가 일어날 경우 수진율이 크게 높아져 몇 년간에 걸쳐 이뤄놓은 건강보험 흑자재정을 일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누적적자는 그대로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율이 갑자기 올라가면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더욱 커지기 마련.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기 위해 수진율이 폭증했고 그 여파로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례가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났던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란 지적도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원가의 80% 수준에서 수가를 책정한 상황에서 이를 기준으로 비급여마저 급여로 전환한다면 의료기관은 더이상 유지되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보장성 확대 정책은 적정수가와 맞물려 추진돼야 하며, 비급여부분의 급여화 과정에서도 원가보전을 할 수 있도록 수가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