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논리적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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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 논리적 근거 없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4.09.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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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주최 투자활성화 대책 수립 관련 첫 공개토론회에 반대 측 불참
토론자들 '공공성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 필요' 공감대 형성
▲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보건의료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수립과 관련된 첫 공개토론회에 그간 극심한 반대 의사를 밝혀오던 시민·노동단체가 불참했다. 토론회 주최 측은 “많은 보건의료분야 시민단체와 노조 측에 토론 참여 요청을 했으나 해당 단체들이 모두 여러가지 사정을 들어 고사했다”고 전했다.

대외적으로 의료영리화 주장을 펴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던 해당 단체들이 불참을 결정한 것은 ‘이념’ 논쟁이 구체적인 ‘논리’ 싸움으로 확대됨으로써 ‘명분’과 투쟁의 ‘근거’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부 여론의 우려와 달리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이 그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던 의료법인 병원에 대한 형평성 제고와 관련산업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가 사회적 논의의 주제가 돼야 하나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조차 모르겠다는 입장들을 피력했다.

특히 돈과 건강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이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료비 폭등’ 주장은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투자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첫 토론회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 및 정책적 지원은 적절하다‘는 데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확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최병호)은 9월 17일(수) 오전 9시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주제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권덕철 실장이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대중 의료산업연구센터장이 ‘의료서비스산업 환경변화와 정책쟁점’을 주제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 이평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지영건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이 참여했다.

이날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해외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행업과 메디텔 내 의원 임대 등 제도 개선과 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들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외국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보험사도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지배할 것이란 우려로 인해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의료의 공공성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소통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보사연 센터장은 “80∼90년대 성장게임을 벌이던 병원들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생존게임을 벌이는 방식으로 게임의 룰이 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의료서비스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의료법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 정부 차원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수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향후 국민의 욕구변화와 환경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의료의 공익적 성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적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의료와 복지의 융합, 의료와 IT의 융합 등 의료분야의 새로운 시장영역 개척과 의료서비스의 글로벌화, 의료기술의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투자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권순만 교수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분야의 불필요한 진입장벽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한다”며 “그러나 진입장벽 제거와 활성화는 별개 문제이며 특히 서비스분야의 부가가치 확대는 크지 않다”며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진현 교수도 “고용창출을 의도했다면 의료법에 명시된 인력 기준 규정만 지켜도 된다”며 “서비스 분야 확대보다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제조업에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외 유입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돼야 하며 서비스분야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인력 증가라는 의사결정이 정책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기효 교수는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다. 돈이냐 생명이냐의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타이틀은 투자활성화 대책이지만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동안 옭죄고 있던 규제를 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의제 자체를 투자활성화로 규정함에 따라 국민 혼란과 불필요한 논란만 양산한 측면이 있다”며 “의료가 고생산성 산업이 되지 않으면 국민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의료산업 육성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영리법인이 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의료법인에 대한 규제는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비영리법인에 대한 영리사업 허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영건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침소봉대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엄청난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일부에서는 의료영리화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침소봉대를 넘어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대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의 경우 이미 학교법인도 부대사업을 하고 있지만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학교법인은 우유사업은 물론 임대사업도 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 교수는 주장했다.

이형훈 과장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당연가입제, 수가통제 기전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의료영리화는 불가능하다”며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기술발달도 이뤄지고 있어 이에 주목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발언권을 얻은 이성규 동군산병원 이사장은 “유휴시설 공간활용을 통한 비용절감 취지에서 요구했던 임대사업의 경우 포지티브 방식을 주장했으나 결국 네거티브 방식으로 결정됐다”며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이 대형병원 등 경쟁력을 갖춘 병원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중소병원에는 혜택이 거의 없는 만큼 이를 보완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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