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의견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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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견을 가져라
  • 병원신문
  • 승인 2012.10.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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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수사학연구소장·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조직의 리더가 되면 때때로 외로움을 느낀다. 그것은 인간적 외로움과는 다른 조직인으로서의 외로움이다. 리더는 언제나 이것저것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함께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간부가 옆에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조건이 된다.

반대로 누군가와 상의를 하고 싶은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누구 하나 상의할 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리더에게는 매우 불행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말을 걸어보아야 문제의 핵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간부, 미시적인 문제에 머물러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간부, 책임질 수 없는 허황된 소리만 남발하는 간부, 형식적이고 내실없는 말만 늘어놓는 간부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면 주변에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그는 절해고도에 유배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꼭 조직 리더가 아니라 하부 조직의 중간간부가 그 관할 조직을 이끄는 데에 있어서도 본질적으로는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입장에서 볼 때 간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현안을 살펴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그 현안에 대해 ‘경청할 만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특히 그것이 단순한 사실 판단이나 기술적 의견을 넘어 일련의 가치판단을 동반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그 의견이 조직 내에서 목하 상호 대립되고 있는 견해들에 관련될 경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간부들이 필요한 의견을 외면한 채 조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기실은 의견을 갖는 것이 수반하는 이러한 위험을 본능적으로 회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간부가 의견을 가지는 일을 기피한다면 과연 조직의 간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간부란 지위가 높다고 해서 간부가 아니라 조직의 어렵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을 떠맡을 의지와 역량이 있다고 해서 간부가 된 것이 아닐까?

구조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현안을 살펴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간부는 지식이 모자라고 판단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먼저 그러한 문제를 마주해 제대로 고민하고 정직하게 문제와 씨름할 의지와 용기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직성이나 성실성, 용기이지 그 결과에 불과한 안목이나 판단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지한 눈으로 관찰해 보면 조직 리더의 자문에 응해 필요한 의견을 담담하면서도 조리 있게 제시할 줄 아는 간부의 경우 판단력에 앞서 그런 정직성과 성실성, 용기가 기초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조직 리더가 권위적이거나 조직 문화 자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권위주의적으로 형성되어온 경우 간부들이 외인적으로 의견을 가지거나 피력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 조직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인데 한국사회에서 자라고 성장한 리더라면 어느 누구도 권위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리더는 종종 일부러라도 주요간부를 개별적으로 불러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해볼 필요가 있다.

의견 제시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차원이지만 동시에 함께 일하는 간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기회도 되고 더 나아가 간부는 모름지기 조직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중요한 의무를 일깨우는 기회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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