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약제비 판결내용과 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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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약제비 판결내용과 그 문제점
  • 박현
  • 승인 2009.08.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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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
1.주요 판결내용

-본 건 소송은 보험공단의 징수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로서 반드시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에 대한 불복을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상으로는 원외처방 약제비를 보험공단이 환수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보험공단은 지급을 거절한 원외처방 약제비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병원에 반환할 책임이 있다.

-본 건 소송은 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그 차감·징수한 약제비용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에 해당해 그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이다.

-원고병원과 보험공단 사이는 공법상의 법률관계일 뿐 사법상의 채권관계가 아니다.

-요양급여기준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정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이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위법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병원의 원외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에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입증이 없는 한 원고병원은 보험공단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의사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가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요양급여기준을 어긴 원외처방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하여 요양급여기준과 달리 양을 원외처방한 것이 당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는 구체적 사정에 관해 주장·입증이 있어야 한다.

-본 건 5인의 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의 경우, 비록 그것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됐다고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

-그 외 다른 환자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 사정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한 약제비를 보험공단에 반환해야 한다.

2.판결의 문제점

가.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한다는 부분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재원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요양급여를 일정한 범위내로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일 뿐, 의사의 진료행위를 구속하기 위해 제정된 것은 아니다.

-요양급여기준은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또는 환수처분 등과 관련한 행정소송에 있어서 법원의 판단기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민사소송에서 의사의 약처방 행위가 불법행위책임을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과 요양급여기준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약제에 관한 요양급여기준은 의학적 정당성 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의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불합리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결국에 가서는 국민 보건이나 의료발전에도 역행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 보다 높은 헌법적 가치를 가지므로 요양급여기준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요양급여기준이 강행규정이라는 의미는 요양기관의 요양급여실시와 비용징수는 반드시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그 방법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요양기관이 이에 위반해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가입자와 사이에 보험 비급여로 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요양기관이 그 진료비용 등을 가입자 본인으로부터 지급받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일 뿐이다(제1심 판결문).

-결국, 의사가 환자인 의료보험 가입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함에 있어서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진료 당시의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요양급여기준 또는 식의약청장의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제1심 판결문).

나.의학적 정당성을 병원이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된다는 부분

-본 건의 경우 문제된 약처방 건수가 수십만 건에 이른다. 각 건별로 환자의 상태, 처방된 약, 약 처방 사유, 관련 요양급여기준이 각각 다르다. 그 많은 약 처방 건에 대해서 의학적 정당성을 일일이 입증하라는 것은 상당히 곤란하다.

-병원이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험공단이 언제, 어느 환자에 대한 어떤 약 처방이 어느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는 점을 우선 주장, 입증해야 한다. 그에 따른 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의 부담도 상당할 것이다.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에는 유사 사건이 50여건 계류 중이고 각 사건들은 합의부와 단독 판사들에게 골고루 배당되어 있다. 그 중에 종합병원의 경우는 각 병원별로 약처방 사례가 수만 내지 수십만건에 이른다.

각 건별로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하고 이에 대해서 심리하려고 한다면, 심리기간이나 판결문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결국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재판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

-위 판결에서는 원외처방 약제비로 환수된 지 10년 이내에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한 경우 환수된 약제비를 반환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라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약제비 반환소송을 제기하고,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한다면 이때에도 각 건별로 의학적 정당성을 법원에서 심리하고 있을 것인가?

본 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보험공단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원외처방 약제비를 병원으로부터 환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법원의 판단대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제1심 법원에서는 모든 약처방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보험공단에 대해서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요구했다. 그에 따라 본 건의 경우에 보험공단은 5명의 환자 사례를 불법행위 성립의 전형적인 사례로 들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서울대병원은 각 환자별로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나 그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했고 그러한 점을 받아들여 제1심 법원은 나머지 약 처방의 경우에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1심에서도 보험공단 대리인은 본 건의 쟁점은 각 처방 사례별로 의학적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약처방이 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라고 하면서, 쟁점을 거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원칙 위반

-각 처방 별로 그 의학적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병원이 입증해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은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에 위반된다.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은 불법행위 성립을 주장하는 자, 즉 보험공단에서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한다.

-즉 보험공단이 언제, 어느 환자에 대한, 어느 약 처방이, 어떤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됐는지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하는데 보험공단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에 대한 증거조사나 심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판결문에 언급된 5가지 사례를 제외한 모든 약처방 사례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되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비 심사와 삭감 통보만으로 해당 약처방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심평원의 약제비 심사절차가 기계적·형식적이고 요양급여기준이 의학적으로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즉 약제에 관한 요양급여기준은 일률적인 성분조합이나 환자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한 위 기준의 주요내용인 식의약청장의 허가(신고)사항은 제약회사가 허가를 받기 위해 제한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 기반한 것으로 나중에 임상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새로운 의학적 효능·효과가 추가되거나 반대로 삭제되기도 한다.

나아가 요양기관이 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심사청구를 할 때 진료기록부를 제출하는 것은 아니어서 심사평가원은 형식적으로 요양급여비용청구서에 기재된 진단명과 해당 약품을 비교해 양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삭감처분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검토 또는 진료의사에 대한 문의 등의 실질적인 심사를 거치지 아니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제1심 판결문).

-따라서 심평원의 약제비 심사결과만을 가지고 해당 약처방이 위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심리 미진 및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라.환자 본인부담 부분

-2001. 6.부터 2007. 5.까지 보험공단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해간 약제비 41억원 중에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9억 가량 포함되어 있다. 환자 본인이 그 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 몰라도 보험공단이 환자 본인부담 부분에 대해서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상계를 할 수는 없다. 환자 본인 부담금 부분은 보험공단의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명백한 위법이다.

-고등법원의 논리는 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서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약을 처방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한 약처방은 일단 위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최선의 진료 의무가 우선이다. 요양급여기준이라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것일 뿐, 의학적 정당성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환자는 어차피 처방된 약에 대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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