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약제비 환수소송 2심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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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약제비 환수소송 2심서 패소
  • 박현
  • 승인 2009.08.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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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진행중인 판결에 미칠 영향에 큰 우려
환수당한 원외처방약제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서울대병원이 2심 고등법원에서 패소해 병원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환수당한 원외처방약제비 41억여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27일 열린 2심 고등법원에서는 패소했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 항소심 첫 판결에서 서울대병원이 패소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1심과 2심 판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병원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재판장 조인호)는 27일 서울대학교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선고공판에서 "병원측은 건보공단에 18만6천여원을 뺀 41억600여만원을 되돌려주고 소송비용의 95%를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을 지켜본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충격적이라고 밝힌 가운데 재판에 관심을 보였던 병원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공단으로부터 환수당한 원외처방 약제비 41억671만원에 대한 환수취소 판결을 받아 이미 전액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선고에 따라 돌려받은 금액의 거의 전부를 다시 공단에 되돌려주게 됐다.

공단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지만 법원이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의 판결과 달리 요양급여기준을 강행규정으로 판단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판결은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 중 상급법원이 내린 첫번째 판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요양급여기준은 강행규정으로서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제도 하에서도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인정하는 의약품은 허가사항의 범위를 초과해 처방 및 투여할 수 있으며 요양급여기준은 의약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된 것으로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된 원외처방은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원외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병원측의 손을 들어준 18만6천여원은 재판과정에서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처방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나 나머지 41억6천여원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공단으로 부터 환수당한 원외처방약제비를 소송을 통해 돌려 받으려면 개별 환자 각각의 구체적인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소송대리인인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믿어지지 않는 판결"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관련된 처방건수가 약 40만건에 달하는데 이 것을 일일이 입증하라는 것은 소송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히 "41억원 가운데는 환자 부담금이 10억원 가량 포함돼 있는데 공단이 손해보지도 않은 금액을 병원측이 물어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현 변호사는 병원측과 상의한 후 대법원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다른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등법원에는 1심에서 서울대병원과 함께 승소해 1천388만여원을 돌려받은 전남 J의원 원장의 항소심이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약 40여개의 의료법인·학교법인 산하 50여개 병원이 1심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이들 병원이 제기한 소송액은 연세대의료원 34억원, 서울아산병원 27억원, 가톨릭중앙의료원 23억원 등 총 300여억원에 달한다.

특히 병원들 가운에 소송액이 가장 많은 서울대병원이 패소함에 따라 나머지 병원들은 소송에 입장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에 계류중인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정식명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의 거취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건보공단이 병의원의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담고 있어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이 공단의 약제비 환수조치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을 인정함에 따라 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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