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경제적 어려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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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 환자, 경제적 어려움 크다
  • 박현
  • 승인 2008.05.1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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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질환으로 인해 퇴사 및 이직 경험
투석치료가 필요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대다수가 건강상의 어려움과 취업기회의 불평등 등으로 인해 특별한 경제활동 없이 월소득의 절반가량을 투병생활에 지출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김성권교수, 서울대의대 신장내과)는 지난 3월13일 세계 콩팥의 날(World Kidney Day)을 맞아 서울과 부산 대도시에 거주하는 투석치료가 필요한 만성콩팥병(말기신부전) 환자 576명을 대상으로 한 삶의 질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75%가 조사 당시 직업이 없었으며 이중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50대 이하에서도 72%가 ‘건강상의 어려움(71%)’과 ‘질환으로 인한 취업기회 불평등(14%)’ 등의 이유로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용돈, 월급 등을 통한 환자의 월 평균소득은 104만원이었고 이중 57만원을 만성콩팥병 치료에 쓰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26%는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중 12%는 3회 이상 경험하기도 했다. 직장을 바꾸거나 그만둔 이유로는 ‘질환특성에 맞지 않는 근무형태(36%)’와 ‘투석시간에 대한 회사측의 배려부족(26%)’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는 주 3회 이상 병원과 집에서 혈액 또는 복막투석을 받고 있고, 이러한 질환치료를 위해 환자의 68%는 일주일에 평균 14시간(하루 평균 2시간)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만성콩팥병 환자, 경제적 어려움이 신체적 고통보다 더 심하다

이런 이유로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겪는 고통 중 ‘경제적 어려움(34%)’이 ‘치료의 번거로움(20%)’이나 ‘신체적 고통(17%)’보다 높았고, 응답자의 36%가 1, 2종 의료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의료제도에 따르면 1, 2종 의료급여 수급자를 제외한 일반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총 진료비의 2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 김성권 이사장은 “투석이나 이식치료 등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겪는 장기간의 투병생활은 암환자가 겪는 고통만큼 심하다”며 “만성콩밭병 환자들이 직업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풍토와 국가적 차원에서도 암 환자의 진료비부담 10%와 같은 수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신장학회가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받고 있는 4만4천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결과,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률(2001년~2005년)은 39.9%로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률 45.9%(보건복지부 2005년 추정치)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이밖에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이식 못하는 이유로는 ‘장기를 구할 수 없거나(46%)’, ‘수술비용이 없어서(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를 구할 수 없어 신장이식을 못하고 있는 환자 중 일부(9%)는 장기매매를 통한 이식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만성콩팥병 환자 삶의 질 조사에는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대한신장학회 소속 12개 대학병원이 참여했다. 서울지역은 고대안암병원, 경희동서신의학병원, 경희의료원, 서울아산병원에서 306명, 부산지역은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 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에서 270명 등 총 576명(혈액투석 484명, 복막투석 92명)의 투석환자가 설문에 응했다.

■말기신부전환자 21년 동안 17.4배 증가 -신장이식 대기자수 5년 새 2배 증가

한편 대한신장학회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7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2천393명의 일반인을 인구수, 성별, 연령별 비례에 맞춰 표본 조사한 지난 3월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도시에 거주하는 성인의 13.8%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울산광역시가 18.6%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뒤를 이어 대구(16.4%), 부산(16%) 등 대부분 경상도 지방이 수위를 차지했다. 서울(12.7%), 인천(12.1%) 등 수도권은 바로 뒤를 이었다.

또 작년 말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신대체요법 환자현황’에서는, 투석과 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말기신부전환자는 1986년에 2천534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 2만8천46명, 2006년 12월말 현재는 4만6천730명으로 21년 동안 17.4배 증가했다.

투석환자의 증가에 비해 신장이식은 2006년에 불과 935건만 시행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된 신장이식 대기자 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 3천120명이었던 신장이식 대기자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06년 12월말 현재 6천72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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