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농어촌 의료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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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농어촌 의료공백
  • 윤종원
  • 승인 2006.11.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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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산부인과도 없어 항상 불안

지방 농어촌지역 의료공백 상황이 심각하다.

인구 3만1천명의 소규모 농촌지역인 경남 의령군에서는 최근 하나뿐이던 병원급 의료시설마저 경영난으로 부도가 나 정상진료를 할 수 없게 되자 입원중이던 환자들은 물론 직원들까지 떠나 병원이 텅비고 말았다.

군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응급실을 갖췄던 이 병원이 지난 9일부터 응급실을 폐쇄하고 급기야 병원문을 닫자 지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야간에 위급 환자라도 발생하면 1시간 넘게 걸리는 인근 마산,진주 등지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해 분초로 생명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 발생시 완전히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초비상 사태다.

27일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20개 시군 가운데 8개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12개 시.군에는 24시간 응급실을 갖춘 변변한 종합병원이 아예 없으며 산청군에는 병원급 의료시설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의료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다.

도내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 지역은 의령군(32.3%), 합천군(30.1%), 남해군(30.8%) 등 전국 상위 10위권에 드는 3개 지역을 비롯해 산청.함양.하동.창녕.고성.거창.함안군 등 10개 군이 모두 농촌지역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들 농촌지역은 응급의료 수요가 많아 무엇보다도 응급대처 전문 인력과 의료시설 확보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딴 판인 셈이다.

도내 응급의학전문의는 고작 11명으로 전국 최하위권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도 도시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응급의학전문의 414명 중에서 266명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방 농어촌지역 응급의료 상황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한 농촌지역 소방파출소 관계자는 "조금만 더 일찍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신속하게 심폐소생술 등 적극적인 응급치료를 받으면 살아날 수 있는 생명도 병원이송이 지연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면 참으로 화가 나고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이뿐만 아니다.도내 의령.창녕.남해.하동.함양.산청 등 6개군에는 분만 가능한 의원급 산부인과 조차도 없다. 그래서 농촌지역 임산부들은 항상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저출산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출산 장려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농촌지역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엇박자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농촌지역 학생들 역시 낙후된 의료체계로 인해 도시 학생들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도내 의령, 산청군에는 소아과 병원도 없다.

의령군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아이들이 다치며 1시간 정도 걸리는 마산의 큰 병원으로 나가야 하고 건강검진을 할 때도 선택의 폭이 좁고 멀리까지 나가야 해 불편함이 많다"며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여러모로 불편해 다치지 않는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농촌지역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의료수요와 수익을 감안해 대부분의 병원들이 농촌지역에서의 개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농촌인구 감소로 의료수요가 갈수록 줄어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돈이 안된다"는 계산에서다.

창녕군 내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는 원인의 핵심은 농촌의 인구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첨단 장비와 우수 의료인력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이어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내 농촌지역 보건소 측에서는 "농촌지역 병원도 국가가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입원환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스스로 잘못된 경영으로 부도를 자초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농어촌지역 진료공백을 그나마 메울 수 있는 공중보건의도 현재 정부가 확대 추진중인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농어촌지역 공중보건의 숫자를 더욱 감소시켜 의료공백 사태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의학전문대학원이 늘어날 경우 대부분 군복무를 마친 상태에서 의학공부를 하게 돼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공중보건의는 2004년 218명, 지난해 220명에서 올해는 181명으로 줄었으며 전국적으로도 2003년 4천657명, 2004년 5천517명에서 지난해 5천185명으로 감소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전국 일반의대 41곳 가운데 20곳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는 오는 2009년을 기점으로 2013년이 되면 공중보건의 숫자는 현재 절반으로 감소해 농어촌 보건의료 지원인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내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건강권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으로 최소한 생명이 위급할 때 응급치료라고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저출산.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농어촌지역에 대한 장기적이고 차별화된 의료지원 정책과 예산확보가 요구되며 물적 인프라 확충에 치중하고 있는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사업도 인적 인프라 확보에 더 힘을 쏟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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