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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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 `미로"
  • 윤종원
  • 승인 2004.11.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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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여러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 일곱 살 어린 소년에서 금발의 미녀, 그리고 폭군 같은 성격의 성인 남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녀를 지배한다.

누가 그녀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가에 따라 목소리와 행동도 달라진다. 여자 목소리와 성격을 보였다가 순식간에 힘 센 남자가 된다. "다중인격 장애"의 결과다. "해리성 정체 장애"라고도 불리는 "다중인격 장애"는 한 사람에게 둘 이상의 인격이 있는 정신 질환이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미로"(원제 LABYRINTH)는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태도, 특히 `다중인격 장애"에 시달리는 여자 클로드(실비 테스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유년기 때 입은 심각한 학대와 상처 때문에 여러 가지 인격이 생겨나 고통을 겪는 인물이다.

2004년 부천영화제 월드판타스틱 부문 출품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이처럼 `복잡한 자아", `정신 분열" 등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과 크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관객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코드를 마련했다. 지하 묘지에 27구의 시체를 유기한 살인마, 용의자(또는 그의 심리)를 쫓는 경찰과 의사의 두뇌 게임, 그리고 영화 끝부분의 충격적인 반전. 영화는 흥미를 돋울 만한 이런 메뉴로 강하게 관객을 흡입한다.

영화는 두 개의 축이 스토리를 떠받치고 있다. 경찰 마티아스(프레데릭 디팡달)가 클로드를 검거하기까지 전 6일 동안의 과정이 하나의 기둥. 클로드가 검거된 후 정신 치료를 담당하게 된 심리학자 브레낙(램버트 윌슨)의 이야기 등 두 개의 스토리가 교차편집되며 줄거리를 끌고 간다.

클로드는 어린 시절 친어머니로부터 심한 학대를 당한다. 지하에 쇠사슬로 묶인채 짐승처럼 다뤄진다. 클로드는 이때 받은 충격으로 다양한 인격을 갖게 된다.

클로드가 학대당한 이유는 원치 않는 아이였기 때문. 낯선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해 클로드를 낳은 클로드의 어머니는 클로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어한다.

여기에서 클로드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우(半人半牛) 미노타우로스의 신화와 연결된다. 클로드는 역시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아 미로에 갇힌 미노타우로스의 처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아울러 영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클로드 역을 맡은 실비 테스튀의 연기. 똑같은 복장을 한 채 이 `인격" 저 `인격"을 오가며 마치 다른 사람인 양 4-5개의 `인격"을 능숙하게 연기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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