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실 단장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 병원 기능 확립”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 최종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응급·중증 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전문의와 간호사 등의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간 3조 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투자와는 별개로 추가 지원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저수가 구조를 조속히 퇴출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9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통해 “9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27일 중대본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단장은 “그간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하루 일당 30만원, 그리고 2인실에서 4인실까지의 입원료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7만5,000원 가산해 총 6,700억원을 지원한다”며 “저평가된 중증수술 수가 인상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약 910개의 수술 수가와 마취료를 50% 수준으로 인상해 총 3,500억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8월 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통해 올해 안에 800여 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약 3,000개의 저보상된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즉, 두경부암이나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 수술, 뇌혈관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에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 등이 대상이라는 것.
정경실 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목표는 먼저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확립하는 데 있다”며 “또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관행을 개선하고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해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병원별로 현재 중증 비중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정 단장은 덧붙였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여건에 맞춰 안정적으로 중증 비중을 상향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현행 중증 분류기준의 한계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중증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는 중증으로 간주하는 예외기준도 신설키로 했다.
현행 중증 분류는 상병에 따른 수술과 시술 종류를 기준으로 중증인 전문진료질병군, 중등증인 일반진료질병군, 경증인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나누고 있어 같은 상병을 앓더라도 연령이 높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합병증 우려 등으로 2차급 이하 병원에서 진료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증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분류체계의 한계를 고려해 이번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는 2차급 진료협력병원에서 의뢰된 환자와 중증·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중증·소아환자 등은 현행 분류체계상 중증이 아니더라도 중증환자로 간주키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단순히 상병기준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칭)중증 분류체계 혁신TF를 구성하고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료과목 간 균형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도록 과목별 환자 비중 등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 범위 안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전환하면서도 종합의료기관으로서의 전체적인 역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추진하겠다는 것.
정부는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협력병원과 연계해 시범사업에 참여토록 하고, 권역 내 진료협력을 강화할수록 지원 수준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발맞춰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의료 회송의 틀을 대폭 개선한 전문의료 회송제도로 전환,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강화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권역 내 진료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지역 환자를 회송하는 등 권역 간 진료협력이 필요한 상황도 감안해 권역 외의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협력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한 병상과 진료량 확장보다는 의료 질 개선에 집중하도록 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역과 병상 수준에 따라 5~15% 수준의 일반 병상을 축소하되 어린이병상, 응급병상 등은 축소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경증 진료는 줄이되 필수적인 진료 기능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 상급종합병원이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응급·중증 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의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전공의에게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방향은 전공의가 수련생으로서 의미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는 만큼 전공의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다기관 협력 수련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은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는 수련생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향후 계획과 관련해 정경실 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부터 지원을 적용한 뒤에 종합병원 이상으로 확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서 저수가 구조 퇴출이 조속히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 예로 “약 7개월에 이르는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응급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수가로 반영하고 향후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과 응급의료센터 내원 후 24시간 이내 중증·응급수술 가산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원, 전담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 3,000억원 등이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중증·응급에 대한 수가를 인상함으로써 응급환자에 대한 후속 진료 역량을 확보해 응급진료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정경실 단장은 말했다.
정 단장은 “3조 3,000억원의 지원 규모 중 30%는 성과 평가를 거쳐 지원한다”며 “현행의 행위별 수가 한계에서 벗어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불 방식의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범사업 과정에서 성과 지표를 계속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범사업 신청은 10월 2일부터 12월 말 이후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며, 수가 지원은 병상 감축을 확인한 뒤 지원한다. 또 성과지표에 따른 지원은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 지급한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의 시행을 계기로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중간 과정”이라며 “바람직한 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고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