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파업에는 신중한 모습…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카드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가 전공의 복귀 등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3대 중재안’을 제안해 주목된다.
해당 중재안들이 모두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복귀하거나 망가진 의료계가 정상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이나, 최소한 정부가 3대 중재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갈등 해소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6월 3일 로열호텔 서울 제이드룸에서 ‘제22회 서울시의사의 날 기념식’ 개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드리는 3대 제언’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부담제 △직업 선택 자유를 억압하는 수많은 행정명령 즉각 철회 △환자·의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사회적 여론 정화 및 의사 악마화 작업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황규석 회장은 “그동안 전국의 수련병원이 전공의의 저가 노동력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며 “병원은 전공의·봉직의를 착취하고 국가는 의사를 착취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올 지경인데,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기존 7대 요구 사항에 대한 정부 대응이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황규석 회장은 “전공의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거론되는 수련병원의 경영문제를 미국, 캐나다, 유럽 등 해외처럼 수련비용 국가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을 마치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대단한 처우 개선 방안이라고 강조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즉,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사 안전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현 대책은 미봉책에 불가하며 수련비용 국가책임제 추진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의대정원 증원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진 데다가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적대적이어서 전문의가 되는 것을 포기한 전공의들이 많다는 점도 우려한 황 회장이다.
황 회장은 “진정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그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국민의 시선을 되돌리고, 의사를 악마화하는 여론 작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와 자유마저 빼앗은 수많은 명령을 즉각 철회해 전공의들이 자율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앞둔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젊은 의사, 전공의,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더이상 도구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게 황 회장의 부탁이다.
그는 “서울시의사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만일 정부가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의 갈등상태를 방치할 경우 불가피하게 투쟁의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반면, 서울시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카드를 만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황규석 회장은 “총파업 여부 투표 결과를 앞둔 시점에서 쉽사리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전공의는 강압적인 정부 태도와 근거 없는 증원에 대해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난 것이지,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환자를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종환 서울시의사회 25개 각구의사회협의회 회장도 “파업은 모든 국민이 가진 권리이나 가장 마지막으로 꺼내야 하고 사실 있으면 안 되는 일”이라며 “국민과 의사 모두가 불행해지는 총파업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면 왜 그렇게밖에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의료계 내부의 자정 작용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끝으로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황규석 회장은 “의사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을 인정하고 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서울시의사회 자체적으로 전문가평가단을 더욱 강화해 문제가 있는 회원들을 의사들이 직접 정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진 ‘제22회 서울시의사의 날 기념식’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 △한미애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강철원 서울시의회 정무부시장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한광수·김숙희·박홍준·주승행·이윤수·박명하 서울시의사회 역대 회장 등 수많은 내·외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학교실 교수는 ‘필수의료패키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