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의사 악마화’하고 있다며 세계의사회에 지지와 연대 호소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더욱 격해지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당선인과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4월 1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세계의사회(WMA) 루제인 알코드마니 회장과 오트바 클로이버 사무총장 등을 만나 한국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부당성을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의 자율 모집 결정은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이 주먹구구로 결정됐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발표로 인해 의료대란 사태의 정상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당선인은 이어 “정부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알 수 있는 사례”라며 “하루라도 빨리 현장을 면밀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사태가 9주째로 접어들면서 의료체계가 철저히 붕괴될 위기에 놓였지만, 한국 정부는 의사를 악마화하고 범법자 취급을 하는 등 테이블 위에 칼을 올려두고 있다고 비판한 임 당선인이다.
임 당선인은 “국제적 상식에 어긋나는 이번 사태를 세계의사회 회장과 사무총장에게 직접 알리고 전 세계적인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도 “그간 한국 의사들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소멸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의사 수만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세계의사회에 부탁했다.
의협의 주장을 경청한 루제인 알코드마니 회장은 전문직에 대한 권리와 자율성은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다뤄지고 있는 문제라며, 세계의사회 이사회 차원에서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루제인 오트바 알코드마니 회장은 “정부가 제안한 자율 모집을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세계의사회는 의협과 긴밀히 논의하면서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의대 정원을 갑자기 60% 이상 늘리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남기기도 한 세계의사회다.
오트바 클로이버 사무총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 중 하나지만, 젊은 의사들 업무 환경과 임금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한국 정부와 의사들이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현택 당선인은 “한국 의료정책은 전문가에 대한 존중 없이 수십 년간 관료와 정치가의 일방통행으로 이뤄졌다”며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의 폭압적인 의사 탄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세계의사회가 연대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