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노조 이슈페이퍼] 지구를 지키는 것은 우리를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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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노조 이슈페이퍼] 지구를 지키는 것은 우리를 지키는 것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4.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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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의료경영학 박사/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건강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 구축 필요

지구 평균 온도가 10개월 연속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3년 7월 27일 세계기상기구(WMO)의 분석을 토대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하였음에도 여전히 지구는 불타오르고 있다.

4월 22일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지구의 날이다. 지구 환경보호는 북극곰을 위한 자선적 행위가 아니다. 인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2년 4월, 일단의 과학자들이 기후연구를 중단(파업)하고 대규모 시위를 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수십 년간 주장했지만, 정책이 이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림1]은 과학자들의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다. 65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온도와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이 그래프를 보면 붉은색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푸른색의 지구 대기 온도가 쌍둥이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ppm)가 올라가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가 내려가면 지구의 온도 역시 낮아진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이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2020년에 이미 413ppm에 이르렀고, 조만간 500ppm을 넘어서면 지구 온도가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높아질 것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멸종저항단체인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이다. 여기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 참여했던 과학자와 나사(NASA) 소속 기후과학자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기후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임무다.”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상승으로 인한 기후위기가 인류를 멸종으로 이르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매년 기록적인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산불, 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키스탄은 2022년에 섭씨 50도가 넘는 기온으로 수증기가 다량 발생하면서 강력해진 몬순 기후에 따라 폭우가 내렸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수가 합쳐져 최악의 홍수가 일어났다.

전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으며 3,300여만 명이 수재민이 되었고 1,7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섭씨 40~5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자연발화 화재도 빈번하다.

2023년 미국 최대 휴양지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가 대표적 사례다. 호주 산불, 캐나다 산불, 그리스 로도스섬 산불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부 유럽 역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어 관광객들은 동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유럽의 슬로베니아에서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래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브라질의 세계 최대습지 판타나우에서 한 달 넘게 화재가 계속되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벌어진 주요 이상기후와 사건은 [그림2]에서 볼 수 있다.

- 한반도의 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2023년 4월 6일 발표한 환경부의 환경백서(2022년)에 의하면 한반도는 지난 30년(1988~2017년) 동안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열대야 일수는 1.8일에서 약 6.2일로 늘어났다.

기온은 1.8도 상승했고, 해역 표층 수온은 1.35도 상승하여 지구 평균보다 약 3.4배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1세기 후반(2071~2100년)에는 기온 4.4도 상승, 강수량 13% 증가, 폭염일수는 약 3.5배, 열대야 일수는 약 11.9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기후위기의 책임은 동등하지 않다. 기후위기의 위협적인 영향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덜한 국가들 특히 남반구(Global South)에 속하는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없는 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고 있다.

기후 불평등은 한 나라 내에서도 나타난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발표한 연구 보고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이 저소득자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즉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소득에 따라 다르다.

[그림3]을 보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1인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7 tCO2e이다. 한국인 1인은 미국인은 21 tCO2e, 캐나다인 19 tCO2e보다 적게 배출하고 중국인 8 tCO2e에 비해서는 높게 배출한다. 한국인 중 수입기준으로 상위 1%는 180.0 tCO2e으로 평균의 12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상위 10%는 54.5 tCO2e으로 3.7배 이상 배출한다.

반면 하위 50%는 6.6 tCO2e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바로 인간의 활동 수준을 반영한다. 여름에 에어컨 가동할 때, 겨울에 난방기구 가동할 때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비행기를 이용하고 외국산 먹거리를 먹는다면 이런 인간의 활동은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한다.

이런 과소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줄여야 한다. 반면 여름에 선풍기도 없이 쪽방촌에 홀로 사는 노인에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선풍기를 제공하고 겨울에는 난방장치를 제공하여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기후위기를 위해 모든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 기후에 따른 고통은 저소득층 생존 위기는 심화된다.

- 인간은 존엄하다

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 대전 중이 1948년 발표된다.

인권은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inherent dignity and of the equal and inalienable rights of all members of the human family)’로 규정. 제22조에서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가진다고 했고, 제25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한 생계 결핍의 경우에 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선언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를 통해 부모가 가난한 집 아이는 대체로 건강이 더 나쁘고, 그 결과 교육 및 기술 습득 부진한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된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

결국 가난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이들의 건강 역시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가난-건강-교육-노동-가난’의 사회적 유전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건강보장 제도이다.

건강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경제적 부담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사회적 기구 또는 제도(institution)로 볼 수 있다. 건강위험과 이에 따르는 경제적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다양한 연관 효과 또는 부수적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

건강보장제도를 통해 건강 수준의 향상뿐 아니라 건강보장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이 빈곤의 변화다. 빈곤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더위가 심하면 쪽방촌에 사는 독거 노인의 건강이 위험하다. 이런 저소득층의 몸과 유전자가 본래 더위에 더 약한 것이 아니다.

폭염을 견딜 수 있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혹한도 마찬가지다. 폭염과 혹한으로 발생한 질병의 치료보다 냉․난방 기기의 우선 지급으로 저소득층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서울대 김호 교수팀에서 200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사망률이 16.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보다 정도가 덜하지만, 다른 대도시에서도 경향이 비슷하다. 더위가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확실하다.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생물학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이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도, 가령 심장이 약하고 뇌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더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질병과 사망이 집중된다. 폭염과 혹한은 사회적 질병이다. 사회적 질병에 적절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완과 사회복지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류 사회 붕괴 시나리오에 의하면 이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에 의한 물리적 멸종 가능성보다 식량생산 감소에 따른 식량 부족 심화, 국가 간. 국가 내 빈부격차, 불평등 증대, 사회긴장지수 상승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인한 멸종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 위에 개발도상국과 빈곤층에 대한 건강보장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인류 멸종을 막는 길이다. 지구의 날에 지구와 내 주변의 이웃을 함께 살펴보는 날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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