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국제진료센터 팀장 이지수 간호사입니다.
2000년 3월 개원과 함께 시작된 소중한 인연이 어느덧 23년이 되었습니다.
5년 동안의 미국생활을 마무리하고 IMF시기에 돌아왔을 때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바로 일산병원이었습니다.
저의 30대 이후의 열정과 삶은 늘 일산병원과 함께였습니다.
뒤늦은 대학원 공부를 하고, 접었던 피아니스트의 꿈은 10여년 동안 점심시간마다 진행했던 ‘작은 콘서트’를 통해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일산병원은 힘들 땐 동료들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기쁜 일은 달려와 함께 기뻐해주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텅 비어있는 외래공간에 스툴의자 하나, 드레싱 카트 등을 손수 나르고 청소하며 개원준비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잔뜩 긴장하고 첫 환자를 맞이하던 순간, 조금씩 외래 예약환자가 늘어가면서 의료진과 함께 뿌듯해 했던 시간들, EMR도입을 위해 밤 늦게까지 시뮬레이션을 하며 고생하던 순간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외래환자가 4천명이 넘었다고 원장님이 피자를 사주셨던 기억!
그렇게 매일매일 애쓰고 고생하며 우리들의 노력과 수고로 지금의 일산병원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후 어느 정도 우리들의 일상은 회복 되어가지만 경기침체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계의 회복은 더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여럿이 가면 멀리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고 현재의 모습을 이루어 온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작은 손길들을 보태면 우리는 또 진정한 회복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제 4년 후면 이곳을 떠납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먼 나라에서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국제진료환자들!
한국에 살면서 진료를 위해 내원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환자들!
저 또한 미국에서 힘들게 아이를 출산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미숙아를 낳고 신생아중환자실에 아기를 들여보내고 하염없이 울던 제게 음악이라도 들으라며 이어폰은 끼어주시던 청소담당 선생님!
조나단은 분명히 너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할 거라며 위로를 해주던 담당간호사!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다시 간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그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제게 허락된 시간동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 분들에게 더욱 정성껏 잘 해야겠다는 생각합니다.
2024년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회복’의 한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회복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블루드래곤의 멋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