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부천요양병원장, ‘디지털 전환’ 실제 경험 및 노하우 강연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스마트병원이 어떻게 요양병원에 적용돼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는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현재 부천요양병원은 감염 격리 병상을 포함해 240여 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다른 요양병원과 다른 점은 호흡기내과 의사 2명이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래서 더 많은 검사 및 측정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
부천요양병원 병원장 방에는 커맨드 센터가 있는데, ‘바이탈 라이브’라고 해서 환자들의 생체 신호를 직접 받는 앱과 연동된다.
아울러 환자들의 재활활동 등을 의료진이 수시로 직접 확인해 평가·보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을 떠올리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다.
왜냐하면, 요양병원이라는 장소는 고령의 부모들이 과거 고려장과 같은 느낌으로 생활하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TV 방송에서는 치료는커녕 돌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오기 때문에 더욱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약간 억울한 면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 집, 요양원의 중간 단계에 실제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대비 요양병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의료와 돌봄의 질 향상에 있어서 많은 한계가 있다.
특히 노인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아이들에게는 돈을 무한정 투입하는 게 어색하지 않으나 부모 즉, 어르신들에게까지 이 같은 행동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스마트 요양병원을 구축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요양병원에는 기본적으로 연령층이 매우 높은 환자들이 많다.
보통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오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저질환을 2~3개씩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저질환은 단순히 고혈압과 당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으로 인해 심장 질환, 뇌혈관 문제, 치매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암에 잘 걸리는데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들 다수가 암 수술을 받은 이력까지 있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요양병원에 오는 환자 중 다수가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끝내고 집이나 요양원으로 갈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요양병원의 환자군 구성 자체가 이런 특징을 지녔다.
이런 환자들은 계속해서 생체 신호(바이탈 사인)를 체크해 주는 게 중요하다.
활력 징후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것이 혈압, 맥박, 산소 포화도 등이며 이를 끊임없이 측정해야 하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모여 있다.
부천요양병원은 240여 병상을 약 170명의 직원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간호 파트 인력은 그리 많지 않다.
적은 수의 간호 인력이 이 같은 바이탈 사인을 환자 한 명당 하루에 최소 3~4번씩 체크하는데,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횟수는 배로 늘어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은 의료진이 직접 환자 옆에서 바이탈 사인을 측정하는 형태인데, 이 외에도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 인력의 업무부담이 엄청나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양병원의 진료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하나는 치료, 하나는 돌봄이다.
단순히 치료와 돌봄이라고 하면 와닿지 않지만, 요양병원에 있는 대부분의 환자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간병인이 꼭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은 병원이긴 하나 일종의 호텔 역할을 한다.
요양병원 불리는 숙소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먹고, 자고, 씻고, 배변 활동을 하는 것이다.
병원의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가 돌봄이긴 하나, 요양병원은 치료와 돌봄이 4:6 더 나아가 3:7이 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돌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고 치료의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했는지 말하려 한다.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를 더 잘 케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이탈 사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중에서는 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도 있고, 다제내성균 탓에 격리를 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요양병원은 기본적으로 투숙이라는 전제하에 환자마다 니즈가 모두 달라 일반병원보다 관리가 더 어렵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라는 것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고, 요양병원은 그 특징상 일반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더 많이 투입되기에 디지털 전환을 꼭 해야 한다.
옛날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병원이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했지만, 이제는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환자의 상태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낙상만 해도 많은 보호자가 왜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병원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잘 아는 보호자가 많아질수록 솔직하고 정확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하기도 했는데 이것으로 완벽히 해결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부천요양병원은 침대 옆에 울타리를 두고 울타리에 인공지능(AI) 센서 등을 두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왜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일단 환자들을 더 집중적으로 자세히 케어하고 그 결과를 보호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다.
또한 병원 종사자들의 업무부담을 엄청나게 줄이는 방향으로 시너지가 난다.
그런데 스마트 요양병원을 구축할 때 매우 높은 허들이 존재한다.
바로 기술. 비용, 운영 시스템 세 가지다.
환자의 바이탈 사인 데이터로서 수집하고 감시하려면 일정 디바이스가 필요한데, 생각보다 굉장히 고가다.
디바이스를 통한 데이터에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그 오류를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여 상황에 맞지 않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에 매우 정확하고 정교한 디바이스는 스마트 요양병원 구축에 있어서 첫 발이나 마찬지다.
디바이스의 배터리 수명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240여 명의 환자의 디바이스 각각을 3시간마다 교체해야 한다면 병원 종사자들의 업무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다.
현재 사용해본 것 중에 가장 긴 수명은 2주 정도인데,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해서 2주 이상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릴 필요가 있다.
스마트병원 구축에 있어서 디바이스만큼이나 소프트웨어(운영 시스템)도 중요한데, 환자가 안전하게 케어받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나 이 또한 고가이며 랜섬웨어 등의 공격을 받으면 디바이스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해커의 협박으로 인해 불필요한 지출이 생길 때도 있다.
결국 디바이스에서 쌓인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로 활용하고 이를 리눅스 기반의 외부 서버나 외장 하드에 백업하는 비용까지 다 포함하면 디지털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걸린다는 의미다.
모두가 호스피탈 커맨드 센터, 호스피탈 커넥티드 센터 등을 꿈꾸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를 정확히 구현해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세브란스병원이라고 해고 신촌, 강남, 용인이 다 같이 움직이지 않고 따로따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은 모든 병원이 같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부천요양병원이 요양병원이지만 한 번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고, 이것이 가장 처음에 설명한 병원장 방에 놓인 ‘커맨드 센터’다.
그리고 스마트병원이 되려면 I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IT 시스템 구축에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프라는 기가 와이파이 시스템, 구글 기가 망, 다수의 고성능 컴퓨터, 디지털 전환 센서 등을 말한다.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조차 모르는 병원 곳곳에 몇백대가 설치돼 있다.
환자가 주거하는 개념이 큰 요양병원에서 적절한 인프라의 배치는 다양한 바이탈 사인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도 빛을 보인다.
부천요양병원에는 스마트 원내 경보 시스템, 바이탈 사인 라이브 동영상 시스템, 재활 동영상 스트리밍 스마트 시스템 등이 가동되고 있다.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 예상치 못한 사고 등 다양한 사고에서 다급하게 의료진이 어디 있는지 병원장이 어디 있는지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위급 상황을 종사자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모바일 CCTV 및 실시간 방송 시스템과 스마트 스크린 등이 기본적으로 직원 개인의 핸드폰에 설치돼 있다.
부천요양병원 곳곳에는 색깔로 구분되는 버튼이 있다.
코드 레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코드 그레이는 환자 난동과 소란이 생겼을 때, 코드 블루는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코드 그린은 정상이라는 뜻이다.
이는 부천요양병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가장 중요한 작동 방법에 있어서 환자들이 건드릴 경우 혼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온몸으로 쳐야 작동하도록 했다.
이처럼 코드 분류가 안 되면 병원 직원들이 일일이 연락을 해야 하거나 방송을 해야 하는데, 전 병동의 환자와 의료진이 한 번에 연락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에 설치된 코드 분류 시스템으로 훈련을 했는데 병원 전 직원이 사고 발생 여부를 알기까지 단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
바이탈 라이브 장치의 경우 모바일을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는 디지털 전환의 가장 기본이다.
컴퓨터로 확인하든 핸드폰으로 확인하든 어디서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코드 작동을 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맥박이나 심전도를 숫자로 표시하면 해당 환자의 상태의 추세를 알기 어려운데, 부천요양병원은 이를 그래프로 표시해 트렌드 차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10만 명의 데이터를 핸들링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숫자로 확인하는 것보다 그래프 형태의 트렌드 차트로 확인하면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숫자만으로는 자칫 놓칠 수 있는 환자의 특별한 시그널을 그래프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환자의 바이탈 사인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생겼을 때 코드 버튼을 활성화하는데, 이때 막상 확인해보니 그리 위급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코드 버튼이 너무 자주 울리면 오히려 무감각해질 수가 있는데, 부천요양병원은 버튼이 눌릴 곳에 우선적으로 전화 연결을 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에 움직인다.
버튼 알람이 오면 해당 장소로 전화가 바로 연결되고 바로 ‘A환자 바이탈 체크’라고 전달되며 간호사들이 환자를 직접 체크하고 이상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 코드 버튼은 계속 깜박인다.
여기에 더해 핸드폰 모바일 감시 시스템은 하나의 앱이 단순히 설치되고 끝나는 개념이 아니라 다른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는 방식이어서 코드 버튼 활용성에 정확도를 더해준다.
동영상 시스템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조차 기억이 왜곡되기 마련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말보다는 영상과 그림으로 설명해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환자의 생활 반경, 패턴, 바이탈 사인 등등 단순히 종이로 된 워크 시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저장을 하는 개념이다.
이는 병원에서만 보관하는 게 아니라 원한다면 보호자에게 링크를 보내줄 수가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 시스템까지 여러 단계로 갖춰놨다.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홈이라는 곳에 계속 업로드를 하는데, 이는 병원 환경 관리 및 감염 관리에 있어서 복합적인 위생 관리에 유용하다.
병원 곳곳에 설치된 디바이스는 환자의 위치 추적에 유용하며 와이파이를 통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료진이 병원장을 급하게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병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는지, 회의를 하고 있는지, 보호자 면담을 하고 있는지, 외출 중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알림 버튼도 있다.
이는 원무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병동마다 위급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병동별로 각각 방송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병동 방송 시스템이다.
병동 하나하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클린이라고 해서 소독 이력을 체크해 멸균 관리를 돕는 시스템도 부천요양병원에 설치돼 있으며 대시보드를 별도로 출력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에 많은 병원장과 종사자들이 관심이 많을 텐데 무엇보다도 재난 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일 것 같다.
예전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병원 구성원들이 어떻게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시행하고 중증환자의 리스크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스마트병원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특히 환자들은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관리할 수만 있다면 안타까운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의료진이 환자 옆에 가 있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병원 종사자들의 진정한 임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환자 옆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들 곁으로 병원 종사자들이 더 자주, 더 편하게, 더 쉽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이 많은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