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확대 관련 부정적 안건만 올라와 사실상 논의 힘들 듯
의협 회장 선거 간선제 및 심평원 분석심사 재참여 관련 안건 등
올해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양성 방안이 전향적으로 논의되길 희망한 보건복지부의 바람은 단순 바람으로 남을 전망이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오는 4월 22일과 23일 양 일간 열릴 ‘제75차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올라온 주요 안건을 소개하며 이같이 예고했다.
박성민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루게 될 시도지부 안건 중 의대 정원 관련 내용이 일부 존재한다.
단, 부산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정책 저지하자’와 광주지부의 ‘무분별한 공공의대 및 의대 정원 증원 반대한다’ 등 의사 인력 확충 논의를 목적으로 한 안건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
이처럼 안건 제목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기존의 강경한 반대 입장을 재차 다짐하는 내용들에 불과해, 앞서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 안건이 당연히 논의될 것으로 본다’는 희망 섞인 발언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박성민 의장의 설명이다.
박성민 의장은 “사실상 올해 정기총회에 의대 정원 및 의사 인력 확충을 반대하는 안건만 올라와 있어 시기적으로 논의하긴 힘들 것 같다”며 “복지부 요청에 담긴 그 뜻과 여론의 분위기는 충분히 알고 있으나, 의정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다룰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장은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말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지 등을 원점에서 논의하려면 구체적인 조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부언했다.
의협 회장 간선제로 뽑자?…“한 번 논의할 때 됐다”
심평원 분석심사 참여 지속 여부 안건도 다수 있어
올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눈여겨볼 안건으로 '회장 선출 간선제 전환의 건'이 꼽힌다.
의협은 이필수 현 회장 때까지 총 3번의 직선제를 경험했다.
하지만 전국 54만여 명의 회원 중 직선제 투표 참여 인원은 약 2만 명인 데다가 기껏 회장으로 당선된다 한들 평균적으로 많아야 6천여 명의 지지밖에 못 받는 게 현실이다.
즉, 직선제를 통해 어렵게 당선된 회장이 허무하게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탄핵 등 부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일이 너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이럴 바에는 대의원 수를 대폭 늘리더라도 직선제를 버리고 간선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 새로운 안건으로 올라왔다.
박 의장은 “현재 240여 명의 대의원으로는 민의를 반영하기 힘드니 대의원 수를 300~350명으로 증원하고 간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한 번쯤은 논의할 필요가 있고, 논의할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제74차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의 갑론을박 끝에 1년간 한시적으로 참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심사, 정확히는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 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 SRC) 위원 추천 계속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안건도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당시 대의원회는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분석심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이미 참여 중인 PRC와 SRC에 1년간 한시적으로 참여해 그 결과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한 후 계속 참여 여부를 재차 결정하도록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1년이 지난 올해 ‘제75차 정기총회’에 분석심사 관련 안건들이 다시금 올라왔고, 박성민 의장은 보험·학술 분과위원회의 충분한 토론이 예정돼 있음을 시사했다.
박 의장은 “분석심사의 PRC·SRC에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과 다시 참여하자는 의견 둘 다 있다”며 “원안이 분과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도 상정돼 다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험·학술 분과에서 충분히 머리를 맞댈 것이고 결과도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외에 △의협 신축회관 대관 활성화(세미나, 학술대회, 심포지엄, 결혼식 등)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불필요한 반복 교육 통합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편 등의 안건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끝으로 박성민 의장은 대의원회가 집행부의 회무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향후 의료정책 입안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의 공식적인 의견을 묻는 창구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분과위원회 회의를 상시 오픈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조언을 건넨 박 의장이다.
박 의장은 “회원의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로는 좀 부족하다”며 “화상 회의 시스템 등을 통해 4개의 분과위원회만이라도 논의 테이블을 상시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본다면 집행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열린 임시총회에서 회원 일부가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웠는데, 논의 사항이 많은 정기총회에서 같은 불상사가 생기면 퇴장을 비롯해 심할 경우 윤리위원회 회부까지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