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의료계는 물론 전 국가적으로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집단감염 사례가 이 외에도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1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인과관계 입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정부는 지난 4월 이후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신고된 54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환자들의 C형간염 발병률을 확인하고 있다.

특정 의료기관 이용자들의 C형간염 발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집단감염 우려 기관으로 분류해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적발된 서울 동작구 소재 서울현대의원 역시 이 같은 작업을 거쳐 역학조사에 들어간 경우다.

주목할 점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C형간염 발병률 분석 작업이 종료된 게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54곳 중 서울현대의원 외에 집단감염 의심 기관으로 분류된 곳은 없지만 주사기 재사용 신고가 여전히 접수되고 있고, 이들 기관에 대한 C형간염 발병률 분석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감염 사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접수된 신고를 토대로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과거 사례인 만큼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의 명확한 근거나 증거를 찾기 어려워 인과관계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C형간염 발병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주사기 재사용 혐의를 부여하기엔 정부로서도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서울현대의원 역시 C형간염 집단발병까지는 확인됐지만 주사기 재사용 여부는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향후 이 부분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료기관 실명이 공개된 만큼 인과관계 입증에 실패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보건당국이 의료기관 실명을 공개하고 역학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추가 감염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주사기 재사용 입증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