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병원이 권역외상센터에 선정되고도 헬기 착륙장 허가가 나지 않아 지정 받은 지 만 3년이 지나도록 개설을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함께 선정된 가천대 길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등은 지난해 권역외상센터를 정식 개소했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올 2월 문을 연 바 있다.
원칙은 선정 후 2년 내인 지난해 개소해야 했지만 경북대병원의 경우 헬기착륙장 허가에 발목을 잡혀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그 동안 헬기착륙장 문제 해결을 위해 수 차례 계획을 수정, 건물 내에 헬리포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려 했지만 해당 행정관청인 대구광역시 중구청이 난색을 표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봉착했다.
헬리포트 설치 시 이착륙 노선 주변 건축물의 높이 규제와 함께 사유재산권 침해와 정비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라는 것.
당초 계획과 달리 헬기착륙장 허가 문제가 여의치 않으면서 경북대병원은 인근 대구스타디움 헬기착륙장 활용을 차선책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10~15분 정도로 거리상 가깝고 비상대응팀을 급파해 바로 처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었다. 현행 권역외상센터 기준에는 건물 내 헬리포트 설치가 기본 요건인 만큼 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권역외상센터에 선정된 다른 기관들의 경우 모두 건물 내 헬리포트를 설치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도 예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병원은 다시 응급병동 옥상에 헬리포트를 설치키로 하고 부산지방항공청에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문제는 앞서 병원 내 헬리포트 설립에 난색을 표했던 대구광역시 중구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헬리포트 운영과 관련한 안전 및 시설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헬리포트 건축허가는 중구청 권한이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은 항공청 허가와 관련해 중구청에 협조를 구했지만 구청에서는 주민 민원과 사유재산 침해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경북대병원은 여태 헬리포트 신축 관련 허가신청조차 못한 실정이다. 설령 허가신청이 접수된다 하더라도 해당 건물이 중심지 미관지구에 해당함에 따라 구청 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승인이 된다.
대구광역시 중구청 관계자는 “아직 경북대병원으로부터 헬리포트 설립과 관련한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해당 건물은 별도의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그동안 병원의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독려 차원에서 서둘러 헬리포트 문제 해결을 주문했지만 이제는 강경책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최근 경북대학교병원 측에 올 연말까지 헬기착륙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지원금 환수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경북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돼 지금까지 지원받은 외상 전담 의료진 인건비는 연간 15억원씩 총 45억원 규모다.
다만 시설 및 장비 지원금 80억원은 선정과 동시에 지급되기는 했지만 헬리포트 문제로 인해 현재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헬리포트 설계비 2천700만원은 이미 사용됐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더 이상 유예는 곤란하다며 원칙에 입각해 헬리포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지원금 회수를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임호근 과장은 11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그 동안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준만큼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올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후 필요한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설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경북대병원뿐만 아니라 중증외상환자 치료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민에게도 돌아가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