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장들 신년사 통해 중증질환 중심 구조 전환 대비 당부
경영 상황 안 좋지만 병원들 미래의료 위한 투자 통해 변화와 혁신 선도
지난해 최악의 1년을 보낸 병원계가 올해도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의정갈등으로 비롯된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와 사회적 불확실성으로 의사인력 부족 등 어려운 병원 경영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2025년 시무식을 통해 주요 상급종합병원장들이 내놓은 신년사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의료개혁에 따른 중증질환 중심의 구조 전환 대비를 당부하는 모양새다.
다만 경영 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미래 의료를 위한 투자에는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먼저 8개 산하 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톨릭중앙의료원 이화성 의료원장은 신년사에서 일정 기간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생명존중과 윤리적 의료 실천을 통해 사회적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성 의료원장은 “취약계층 지원을 통한 의료 접근성 확대를 노력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저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면서 “이를 통해 CMCsms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변화하는 최신 의료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분야는 필연적으로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
이 의료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이 시작됐고 전공의 수련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전문의 중심 의료기관으로 재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 교육과 진료 체계를 빠르게 갖추겠다”며 “아울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계의 기술적인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의료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역시 정책적 불확실성이 상당한 외부 환경을 감안해 2025년도 의료계 전반이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요구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 윤승규 서울성모병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 시범사업 참여에 따라 일반 병상의 감소와 함께 중증‧희귀난치 질환 진료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현재의 전공의 공백에 대응하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미래 준비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한 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4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을 끝내고, 진료를 정상화하면서 새롭게 도약하려던 2024년 초 우리는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며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국내 의료환경은 올 한 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라고 언급한 박승일 병원장은 오히려 불확실성의 시대를 변화와 혁신으로 성장의 기회 삼자고 독려했다.
박승일 병원장은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병원 모두 처음 시행하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라며 “어떤 질환에 대해 어떻게 병실을 줄일지, 또 현실적으로 적용은 가능한지, 정부가 제시한 목표에 도달이 가능할지, 경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로 우리 병원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실 감소분을 활용해 6인실을 4인실로 전환함으로써 환자 진료의 안전과 쾌적함을 높일 수 있고 정부가 인정한 영역에서 전문 지원 인력을 양성해 환자 진료에 보다 더 도움이 되게 운영할 수 있다”며 “전담전문의 등의 확보를 통해 더욱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공의의 업무를 새롭게 정리하고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해 수련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연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도 부각했다.
박승일 병원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중증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우리 병원으로서는 우수한 의료진과 최고의 의료 수준을 갖추고 있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라며 “이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래 준비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박승일 병원장이다.
이를 위해 중입자치료기는 지난해 장비 선정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전용 건물 건립을 시작하며 서울아산청라병원은 건축 허가를 마치고 토목공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UAE 소화기병원과 카타르 자문 사업 등 해외 사업을 지속하고 서울아산병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올 한해를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의료계의 환경적 영향과 새로운 의료정책의 시작으로 많은 어려움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중증 고난도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인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박승우 병원장은 “올해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보상체계 전환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재규명할 것”이라며 “이와 연계해 우리 병원이 지향하는 미래 발전 방향을 담은 진료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함으로써 중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자원 전반을 재편해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하고 견고한 중증 고난도 의료계 선도 병원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승우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연계한 리모델링 계획을 통해 최상의 진료환경 및 효율성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승우 병원장은 “상종 구조전환과 리모델링을 연계해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의 진료 강화 전략을 공간적 구성에 반영해 최상의 진료환경을 구현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육병원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최고의 의료진 양성을 새해 목표로 제시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신년사에서 “진료지원 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역할 다변화와 전문의 인력 확보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주력하겠다”면서 “연구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천명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이어 “대외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2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설립과 운영을 관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서 “이와 함께 배곧서울대병원 개원에 박차를 가하고 기자중입자치료센터 및 국립소방병원의 성공적인 개원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00여 억원의 의료수익 적자라는 최악의 경영 실적에 직면한 연세의료원은 올 한해 경영 안정화 실현에 방점을 찍었다.
금기창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버티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이르고 있고 정상적인 환자 진료는 여전히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적자 경영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수익 다각화를 통한 경영 안정화를 실현하겠다는 게 금기창 의료원장의 의견이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올해 역시 정부의 각종 지원 및 수가 인상 등을 반영해도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며 “의료 환경이 급변하면서 의료수익만으로는 재투자가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연세의료원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미래 투자로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초격차 미래병원으로 의료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새해에는 중증난치성질환 중심의 의료기관으로서 난치병 정복에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딛는 ‘패스파인더(Pathfinder)’로 상급종합병원의 개념을 완전히 새로 정립하고 인력 및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변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외부상황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우리만의 항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2025년은 새로운 미래의 초석을 다지고, 다 함께 생명의 가치와 의학의 본질을 지키는 한해로 기억되도록 만들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뤄낸 중앙대학교의료원은 AI 전환 선도와 견고한 의료원 체제 확립 및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이철희 중앙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며 “중앙대학교의료원도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챗봇이나 업무 효율화를 위한 생성형 AI 사용을 넘어 검사, 진단, 치료 전 영역에 AI 대전환을 진행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의료원 디지털헬스케어처는 정보기술 시스템과 데이터 품질분석 역할을 총괄하고 양 병원 AI 대전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올해는 첫 단계로 각 부서의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AI Agent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견고한 의료원 체제 확립과 외연 확장에도 나선다.
이철희 의료원장은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 의료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병원간 상호 긴밀한 협조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각 병원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포용해 더 큰 차원에서의 동질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견고한 의료원 체제를 통해, 2025년은 양 병원이 가진 힘과 자원을 결집하고 의료원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외연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