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을 위해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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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을 위해 고개를 숙인다
  • 박현 기자
  • 승인 2012.12.2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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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통합실험동물위령제 개최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원장 김동규)은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희생된 동물의 고귀한 넋을 기리고자 12월21일(금) 의생명연구원 1층 대강당에서 '제8회 연건캠퍼스 통합 실험동물위령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행사는 먼저 실험동물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각 기관별 소개 및 업무현황 보고로 이어졌다. 이어서 인류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목적으로 희생된 실험동물을 추모하는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후 각 기관 대표 교수와 연구원이 위령제 제단에 나와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령제 제단에는 돼지머리 등이 제물로 쓰이는 일반 위령제와 달리 8가지 종류의 동물 사료와 '럭셔리 도그(luxury dog) 쇠고기'라고 적힌 통조림과 대추, 감, 바나나, 배, 배추 등이 놓였고 제단 중앙에는 '우리는 감사한다'라고 쓰인 패가 놓였다.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는 2008년 2만1천9마리, 2009년 1만8천294마리, 2010년 1만6천788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됐다. 쥐, 돼지, 토끼, 개, 염소, 개구리, 원숭이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활용된다. 그 중 쥐를 포함한 설치류가 가장 많다.

김동규 원장은 “연건캠퍼스 동물실험으로 매년 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다”며 “인류의 건강증진에 희생된 많은 동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위령제 추모사

오늘 감정과 감각이 있는 생명체로서 동물실험에 희생이 된 실험동물을 위로하는 이 엄숙한 자리에서 이 사람은 모든 실험자와 함께 실험동물의 값비싼 죽음을 슬퍼하며 삼가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비록 영겁의 윤회의 세계에서 실험동물로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을 위하여 산화한 동물제위 앞에서 그 희생의 값어치는 새삼 구구한 설명이 부질없다 하겠습니다.

실험동물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의학에 종사하는 우리 실험자들은 가능하다면 사용하고자 하는 실험동물의 숫자를 줄이고 동물실험을 계획하기에 앞서서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한 다른 실험법이 없는지 숙고해야 하며 동물을 취급하는 기술을 세련되게 익혀서 동물의 고통과 불안을 없게 하려는 기본적인 동물실험의 정신을 이해하며 실천하고자 합니다.

실험동물의 고귀한 씨는 우리 실험자의 노력에 의해 반드시 값지고 알찬 열매를 맺고야 말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고귀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실험동물은 반드시 저 세상에서 영광을 누릴 것을 믿고 이제 2012년도 고별인사를 드리오니 부디 영면하시기를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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