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의약청,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슬리머캡슐 이유없이 허가 지연
열악한 국내 제약연구 환경에서 어렵사리 개발에 성공한 국내 한 제약사의 국산 개량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임상시험 승인 하에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었으나 통상 압력에 허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식의약청은 지난달 17일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슬리머 캡슐"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의견조회를 이유로 한미약품에 허가지연을 통보한 후 11일 현재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애보트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미국의 관계 행정부서 등이 식의약청에 대해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슬리머 캡슐이 리덕틸 캡슐과 동일한 품목임을 강조하면서 슬리머 캡슐에 대해 사실상 품목허가를 해주지 말 것을 수차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슬리머 캡슐은 리덕틸 캡슐(염산 시부트라민)과 주성분이 다른 메실산 시부트라민을 적용해 개발한 신규염 국산 개량신약으로 2003년 전임상을 완료하고 2004년 식의약청 승인 하에 임상 1상과 3상을 마쳤으며 현재 품목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미약품측은 슬리머 캡슐이 리덕틸 캡슐과 주성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식의약청이 국내 규정에 없는 활성성분(active moiety)이 같다는 이유로 허가 심사를 지연하고 있는 것은 국내법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식의약청은 2003년의 염이 다른 개량신약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정까지 개정, 고시한 바 있다.
또 현재 식의약청 및 복지부에서도 염이 다른 경우, 예를 들어 관절염 치료제 디클로페낙이나 항생제 에리스로마이신, 남성호르몬제 테스토스테론,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 등의 경우 별도의 품목으로 허가 관리하며, 보험약가 기준도 염의 종류별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까지 염이 다른 의약품의 경우 동일 품목으로 심사해 허가해준 예가 없다.
작년에 큰 이슈가 됐던 암로디핀의 경우 암로디핀 베실레이트(화이자 노바스크), 암로디핀 캄실레이트(한미약품 아모디핀), 암로디핀 말레이트(종근당 애니디핀)의 3가지 성분을 동일 품목으로 간주했다면 현행 규정상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자료로 허가심사를 해야 했지만 식의약청은 별도의 품목으로 간주해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받아 허가 심사했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식의약청이 다국적의약품제약사나 외국 정부 등의 강한 요청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제품의 품목허가 자체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는 행위이며 국내 개량신약의 개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슬리머 캡슐 품목허가 지연은 비단 이 품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와 유사한 다른 국산 개량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례가 될 수 있으므로 국내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리덕틸 캡슐은 한국애보트가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연간 매출액은 약 300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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