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임상실험 감독소홀로 수십만명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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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임상실험 감독소홀로 수십만명 위험"
  • 이경철
  • 승인 2007.10.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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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임상실험에 대한 관리 감독을 등한시해 참가자 수십만명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미 보건부의 대니얼 R. 레빈슨 감독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임상실험 횟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실험장소의 겨우 1%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하며 이마저도 시험이 이미 종결된 이후에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해도 전체 사례의 68%가 위험 수준을 처음보다 낮게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머지 경우에도 절차에 따라 시정 조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추후에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아서 L. 캐플런 의료윤리학과 학과장은 "오히려 실험용 쥐가 사람보다 더 보호받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동물연구센터의 경우 연방 정부에 시설 신고가 의무화돼 있으며 실험 대상의 수도 매번 기록해야 한다. 또한 불시에 시설 방문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문제 발생시 신속히 보고하지 않으면 시설 폐쇄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캐플런 학과장은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사설 기관에서 이뤄지는 임상실험의 경우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

FDA는 의약품이나 의료 장비의 승인을 추진하는 업체들의 안전성 입증 실험만을 관할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가 출자한 실험은 임상연구안전국(OHRP)이 담당한다. 이로 인해 실험에 적용되는 규칙 또한 매번 달라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사설단체가 실시하는 비영리적인 실험의 경우 어느 곳의 감독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발생한 오딘 그레이빌 사건이 이러한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쌍극성 장애를 앓고 있던 그레이빌은 2005년 5월 조울증 치료제의 임상실험에 동의하고 실험 담당자인 데이비드 린든 박사가 운영하는 하이포인트 병원에 입원한다.

그녀가 실험 전 서명한 동의서에 따르면 언제든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중도 포기할 수 있었으나 6월 초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린든 박사는 퇴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인신보호영장을 발부받아 병원에 가져갔지만 직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린든 박사의 소재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변호사가 린든 박사를 찾아내 영장을 건넨 끝에 가까스로 퇴원이 이뤄졌다.

FDA는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나서야 린든 박사의 연구센터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국립보건원(NIH)의 이지키얼 J. 에마누엘 생명윤리학회 회장은 매번 다른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하나의 기구가 통합해 관리한다면 (관리 감독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닛 우드콕 FDA 수석 보건소장은 강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DA에 소속된 조사관의 수는 200여명으로 이들은 미국 내 35만개 실험 장소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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