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6월의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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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6월의 뱀"
  • 윤종원
  • 승인 2004.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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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카모토 신야 감독은 `일본의 데이비드 린치"라는 별명처럼 `컬트 영화" 계열의 감독으로 분류된다.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트윈 픽스", `광란의 사랑" 등이 그랬듯이 그가 만든 `철남 데쓰오", `요괴 헌터 히루코", `동경의 주먹", `총알 발레", `쌍생아" 등도 비록 많지 않은 숫자지만 열광적인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12월 10일 간판을 내걸 `6월의 뱀"도 일반 상영관보다는 영화제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0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으며 시체스 영화제와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도 각각 미술상과 여우주연상 등에 뽑혔다.

심리치료센터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린코는 중년의 샐러리맨과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남편에겐 비밀"이라고 쓰인 우편물을 받는데 그 안에는 남편 몰래 자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공포와 수치심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또다시 사진을 담은 봉투가 배달되고 전화가 걸려온다. "사진과 필름을 돌려받으려면 내 말을 들어!"

장대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린코는 필름을 돌려받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선다.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낯선 목소리는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옷을 하나씩 벗으라고 강요한다.

린코는 자신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며 부끄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스토커에게 불쾌감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몸속 깊이 잠들어 있던 욕망과 관능이 살아나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다.

평소 전화를 통해 상담 신청자들에게 "용기를 갖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조언하던 그가 이제는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시도하며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결벽증이 있는 린코의 남편 시게히코는 어느날 집에서 아내의 모습을 담은 사진한 장을 발견한다. 의혹과 질투에 몸을 떨던 그는 며칠 뒤 아내를 미행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등장인물과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섹스리스로 살던 남편이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나신으로 춤을 추는 아내의 모습을보고 흥분해 자위를 한다는 설정은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매력은 강렬한 시청각적 이미지에 있다. 카메라 플래시의 섬광은 흑백 톤의 거칠고 어두운 화면에 악센트를 주고, 대지를 때리는 빗줄기 소리에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와 셔터 소리가 겹쳐져 긴장을 고조시킨다.

관객도 줄거리에 빠져들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의 파인더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게 된다. 마치 `몰래 카메라"를 찍는 기분으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린코의 전라 모습은 많은 관객을 관음증 환자로 만들고도 남을 만큼 눈부시다.

쓰카모토 신야(44)는 이 영화에서 제작, 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미술 등을 도맡으며 스토커 이구치 역까지 연기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날라리까지분 셈이다.

아역배우 출신의 구로사와 아스카(23)는 시나리오를 읽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철저한 준비로 감독의 마음을 움직여 린코로 낙점된 뒤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시게히코 역은 잡지와 신문에 에세이와 칼럼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고타리 유지가 맡았다.

지난해 DVD 제작을 시작으로 출범한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첫 수입작. 상영시간 77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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